책을 되새김질하다

식인과 제왕

대빈창 2021. 6. 22. 07:00

 

책이름 : 식인과 제왕

지은이 : 마빈 해리스

옮긴이 : 정도영

펴낸곳 : 한길사

 

『문화의 수수께끼』 /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 『식인과 제왕』.

 

이로써 《한길사》에서 출간된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 - 2001)의 문화인류학 3부작을 두 번 씩 손에 잡았다. 『식인과 제왕』의 초판 1쇄는 1995년 6월이었다. 인류학을 학자들만의 학문 영역에서 끌어내 대중에게 다가서게 한 사람이 마빈 해리스였다. 그는 모든 문화현상을 ‘생존본능’이라는 키워드로 명쾌하게 해석했다. 『작은 인간』(민음사, 1995),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황금가지, 1996)까지 나는 이 땅에서 출간된 마빈 해리스의 책을 모두 손에 넣었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유물론은 문화발전을 이해하는 열쇠로 생식압력 → 생산증강과정 → 생태환경의 파괴·고갈 → 새로운 생산양식의 출현이라는 도식으로 풀어냈다. 책은 구석기 시대부터 후기 산업사회까지 생산양식의 변화를 15개의 주제로 나누어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시각, 간결한 문체로 설명했다.

 

생식압력 / 인구 억제 / 동물자원 고갈 / 전쟁 / 동물성 단백질 / 남성지배제 / 국가 탄생 / 산림자원 고갈 / 식인 풍습 / 희생 제물 / 돼지고기 금기 / 암소 숭배 / 관개-수리 체계 / 기술 혁신 / 석유 고갈

 

마빈 해리스는 구세계와 신세계의 생산 활동 추이가 달랐던 이유를 거대동물이 멸종된 뒤 서로 다른 식물과 동물 군락의 존재에서 찾았다. 중동은 밀, 보리가 야생 상태로 자라 농업이 발생했다. 또한 양, 염소, 돼지, 소등 오늘날 가축의 선조들이 서식했다. 메소아메리카에서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은 당비름과 옥수수가 고작이었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칠면조와 개 뿐으로 고기 공급력이 보잘 것 없었다.

저자에게 문화란 인간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었다. 인간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번식하면서 종을 보존했다. 인류의 오랜 문화관습과 이해할 수 없는 미개사회의 관습의 밑바탕에 생물학적·물질적 조건이 깔려있다. 힌두교도가 소를 신성시하게 된 것은 농업생산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었다. 이슬교도가 돼지를 혐오한 것은 부족한 곡물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마야 문명은 단백질 공급원이 고갈되자, 인육으로 단백질을 보충했다.

동물성 단백질의 고갈, 인신 공희와 식인 관습 사이의 상관관계, 교회의 재분재 잔치의 발전적 변화, 특정동물에 대한 금기의 상관관계 까지. 마빈 해리스의 문화유물론은 물질적 비용과 이득의 문제였다. 이는 정신적 믿음에 어김없이 우선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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