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대빈창 2021. 6. 25. 07:00

 

책이름 : 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지은이 : 애덤 호크실드

옮긴이 : 이순호

펴낸곳 : 갈라파고스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 로버트 카파의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  스페인 내전(1936 - 1939)하면 떠올려지는 그림과 사진, 소설이었다. 스페인 내전은 한국전쟁과 함께 20세기의 국제전·대리전이었다. 20세기 모든 이념의 격전장,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던 스페인 내전에 관한 많은 책이 출간되었다.

나는 믿고 읽는 출판사 《갈라파고스》의 미국의 작가·저널리스트 애덤 호크실드(Adam Hochschild)를 선택했다. 책은 스페인 내전에 의용병으로 참전한 사람들의 일기, 편지, 비망록 등 각종 기록물과 신문기사, 논문, 책을 망라했다. 스페인 내전의 생존자들과 참전자들의 친구, 가족, 지인을 인터뷰했다. 그들이 어떻게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싸우다 죽어갔는지 상세하게 그렸다. 저마다 자신의 이상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자들의 시각에서 바라 본 기록이었다. 이들은 행진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전투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사냥도 한 적 없는 그들은 뜨거운 가슴 하나로 이역만리 스페인으로 달려갔다. 20세기 최고의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불리는 스페인 내전은 연대를 통해 대의와 신념을 지키려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전장이었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는 말했다. “파시즘이 유럽 전역에 거대한 검은 날개를 펼쳤다.” 1930년대 유럽은 파시즘의 군홧발이 전격적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독일은 나치의 히틀러가, 이탈리아는 파시스트 무솔리니가 권력을 장악했다. 1936년 2월 스페인 총선에서 자유주의파, 사회주의당, 스페인 공산당이 연합한 인민전선이 승리해 공화파 정부를 수립했다. 5개월 만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 - 1975)가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쿠데타 세력은 군부, 지주, 자본가, 왕당파, 파시스트, 가톨릭교로 구성된 국가주의파의 지지를 받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최신 전투기와 탱크, 잘 훈련된 병사들로 스페인 국가주의 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공화파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무기를 살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들은 모른 체했다. 유럽의 파시즘이 강화되면 소련이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스탈린의 질이 떨어지는 구식 무기를 살 수 있었다. 외부의 병력 지원은 사실상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이 스페인 공산당의 요청에 따라 조직한 국제여단이 유일했다. 국제여단은 50개국에서 4만 명이 지원했다.

공화파는 패하고 말았다. 1938년 10월 28일, 바르셀로나 대로 디아고날 거리에서 국제여단 잔여병력 2,500명의 고별 열병식이 열렸다. 국제여단 병사들은 공화파군 잔여 병력의 세 배의 전사자를 냈을 정도로 용감하게 싸웠다. 그들에게는 제대로 훈련된 군대도, 제대로 된 무기도 없었다. 순수하지만 순진하기까지한 마음으로 전쟁에 참여했다. 무정부주의자들과 함께 민병대원으로 참여한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 종군기자와 게릴라로 직접 전투에 나선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비행대대를 조직해 공화파를 지원한 프랑스의 행동주의 작가 앙드레 말로, 특파원으로 내전을 취재한 프랑스의 작가 앙투안 생떽쥐베리, 무정부주의자 부대원으로 참가한 프랑스의 사상가·노동운동가 시몬 베유, 스페인 내전의 진실을 알린 전쟁 사진작가 미국의 로버트 카파, 후에 서독 수상이 된 스물 세 살의 정치적 망명자 빌리 브란트까지.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까뮈는 이렇게 썼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가슴 속에 모두 스페인을 간직하고 있다. ··· 옳은데도 패할 수 있고, 무력이 정신을 이길 수 있으며, 용기가 보상받지 못한 시대가 있다는 것을 체득한 곳이 바로 스페인이었다.”(13쪽) 스페인 내전은 공화파 인민정부와 쿠데타를 일으킨 프랑코 군과의 전쟁이었다. 자유민주주의와 파시즘의 이념투쟁이었다. 또한 사회주의 혁명이었다. 스페인을 달군 뜨거운 혁명의 열기는 부를 공유하고, 노동자들이 공장을 소유하고, 토지의 주인 또한 농민이었다. 직접 민주주의를 시행하려는 이상주의자들이 꿈꿔 온 세계를 펼쳤다. 스페인의 제2도시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지역 그리고 아라곤 지방은 내전기간내내 혁명의 이상이 실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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