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리의 힘

대빈창 2021. 6. 28. 07:00

 

책이름 : 지리의 힘

지은이 : 팀 마샬

옮긴이 : 김미선

펴낸곳 : 사이

 

영국의 국제 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샬(Tim Marshall)의 『지리의 힘』의 원전은 『지리의 수인囚人들, Prisners of Geography)이었다. 곧 ‘지리에 갇힌 사람들’로 지리에 대한 저자의 사유와 인식이 잘 드러났다. 부제는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분열, 정치·경제적 논쟁은 지리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즉 지리geo의 틀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설명될 수 있었다.

『지리의 힘』은 중국 / 미국 / 서유럽 / 러시아 / 한국-일본 / 라틴 아메리카 / 아프리카 / 중동 / 인도-파키스탄 / 북극 등 전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구분하였다. 먼 옛날부터 급변하는 21세기 현대사까지 국제사회를 뒤흔든 지리의 영향을 파헤쳤다. 티베트는 〈중국의 급수탑〉이었다.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메콩강의 수원이었다. 중국인들은 티베트 문제를 인권보다 지정학적 안보의 틀에서 보았다.

미국은 흔치 않은 지리적 위치를 확보해 초강대국이 되었다. 오대호Great Lakes 위쪽 캐나다의 상당 지역은 인간이 정착하기 어렵다. 남서쪽은 사막이다. 한 국가가 도달할 수 있는 〈대서양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땅〉을 차지한 미국은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되었다. 서유럽은 다시 분열될까. 유럽연합 28개국 회원 가운데 19개국의 주도로 마침내 단일통화 유로화 체제가 출범했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가 터지자, 가난한 나라들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는 부자 나라들은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은 최근 유럽의 경기침체로 반목이 더욱 깊어졌다.

러시아를 지켜주는 건 지리였다. 북유럽평원은 프랑스에서 우랄산맥까지 남북으로 1천6백킬로미터를 뻗었지만 폭은 482. 5킬로미터에 불과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었다. 적군의 모스크바 진격을 가로막는 천혜의 요새였다. 라틴 아메리카는 지리의 감옥에 갇혔다. 안데스 산맥은 태평양과 마주하면서 7천킬로미터를 내달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안데스는 거의 전 구간에 만년설을 이고 있었고, 대부분 건너기 힘든 지역이었다.

아프리카와 중동은 유럽의 제국주의가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국경선으로 인한 분쟁의 피해자였다. 현재 아프리카에 56개의 국가들이 있다. 오늘날의 내전은 서로 다른 민족들을 한 국가 안에서 억지로 단일민족으로 묶으려던 식민주의자들의 통치에서 비롯되었다. 유럽 식민주의는 아랍인들은 민족 국가의 형태로 묶었다. 그들은 통치자들이 자신의 출신 부족과 자신이 속한 이슬람 종파에게 호의를 베푸는 유산을 남겼다.

인도아대륙은 상대적으로 평평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구심점을 찾기에 지나치게 넓고 다양했다. 원래부터 이 지역은 펀자브어와 구자라트어, 산맥과 사막들 그리고 이슬람과 힌두교처럼 고대로부터 이어진 오래된 차이로 분열이 상존했다. 2009년 미국지질조사국은 북극에 천연가스 약 1,699조 입방피트, 천연 액화가스 440억 배럴, 원유 900억 배럴이 매장돼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북극은 온난화 현상으로 얼음이 녹아 인간의 접근이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한반도는 지리적 특성으로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었다. 대륙의 국가가 북쪽에서 내려오면 일단 압록강을 건넌 뒤 해상까지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장벽이 거의 없다. 반대로 해상에서 육로진입을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지리적 특성은 몽골이나 만주족, 일본 등의 수세기에 걸쳐 침략을 당했다. 지금도 한반도는 미·중·러·일 초강국들의 이해가 상호충돌하는 요충지였다. 반면 일본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193킬로미터 떨어졌다. 남동쪽과 동쪽은 태평양이었다. 일본은 침략을 받을 수 없는 지형이었다.

21세기는 영토와 자원을 두고 분쟁을 벌이는 새로운 양상의 패권 경쟁,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 시대였다. 지리는 ‘인류가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그 법칙들이 우리를 이길 것이라는 것’(116쪽)을 가리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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