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의 영국 인문 기행

대빈창 2021. 7. 23. 07:00

 

책이름 : 나의 영국 인문 기행

지은이 : 서경식

옮긴이 : 최재혁

펴낸곳 : 반비

 

디아스포라 서경식은 젊은 시절부터 영국의 문화와 예술에 매혹되었다. 영국을 찾아갈 때마다 동경과 반감, 경의와 경멸이 뒤섞인 복잡한 상념에 빠졌다. 영국이 대제국이 되는 과정에서 무서울 정도로 냉혹하고 교활한 측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영국이 좋다”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영국적 문제’에 마음이 끌리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저자는 1983년, 2001년, 2015년 세 번 영국을 방문했다. 책은 케임브리지, 올드버러, 런던에서 보았던 미술 작품과 음악, 읽었던 책들과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루벤스, 프란스 할스, 벤자민 브리튼, 피터 피어스, 월프레드 오언, 헨리 퍼셀, 잉카 쇼나바레, 잉그리드 폴라드, 터너, 존 컨스터블, 리처드 빌링엄, 버지니아 울프, 레너드 울프······.

1부, 저자는 특별나게 화가 프란스 할스Frans Hals(1582년경 - 1666)를 좋아했다. 도판은 케임브리지의 피츠윌리엄박물관의 「이름 모를 남자의 초상」(1660 - 1663년경)이었다. 화가는 서민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 저자는 화가의 작품이 소장된 네덜란드 하를럼의 프란스미술관까지 발품을 팔았다. 2부, 반전평화주의자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Benjamin Britten(1913 - 1976)의 발자취를 찾아 올드버러로 향했다. 3부, 작곡가 헨리 퍼셀 Henry Purcell(1659 - 1695)의 「인도의 여왕」을 영국내셔널 오페라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각본을 맡은 쿠르트 바일Kurt Weil(1900 - 1950)의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를 로열오페라에서 관람했다.

4부, 런던에서 나이지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술가 잉카 쇼니바레(1962 - )가 눈길을 끌었다. 잉카 쇼니바레는 색채가 풍부한 ‘아프리카 천’을 작품에 사용했다. 그 천은 인도네시아의 납엽 기술이 식민지 종주국 네덜란드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디자인된 직물이 대량 생산되어 다시 아프리카로 수출되었다. 원재료는 영국의 식민지 인도, 동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코튼이었다. 우리가 ‘아프리카적’이라고 생각하는 화려한 색채와 문양은 실제로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산물이었다.

5부, 동시대를 살아간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화가 터너 J. M. Turner(1775 - 1851)와 존 컨스터블 John Constable(1776 - 1836)의 그림이 나왔다. 두 화가의 작품이 주는 인상은 천양지차였다. 컨스터블은 정靜, 평화, 조화라고 한다면, 터너는 동動, 투쟁, 혼돈이다. 컨스터블이 삶이라면 터너는 죽음이었다. 저자는 컨스터블이 ‘마음에 드는 화가’라면 터너는 ‘마음을 술렁이게 하는 화가’였다. 그래서 더욱 터너에게 끌렸다. 존 컨스터블은 「주교의 정원에서 본 솔즈베리 대성당」(1823년,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 런던), 터너는 「비, 증기, 속도 -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1844년, 내셔널 갤러리, 런던)가 나는 인상 깊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1941년 3월 28일 자택 근처의 우즈강에서 59세로 자살하는 사건을 떠올리며 근대라는 시대의 여성차별, 인종차별, 파시즘의 위협이라는 야비한 폭력에 압살당해 온 역사를 생각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까. 미국과 유럽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목소리 높여 배외주의를 외치는 세력이 늘어가고 있다. 지금과 1930년대는 서로 닮았다. ‘이 시대의 버지니아’들은 여기저기서 절망 속에서 생명을 끊고 있을 것이다.”(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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