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가능성들
지은이 : 데이비드 그레이버
옮긴이 : 조원광·황희선·최순영
펴낸곳 : 그린비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2009) / 『부채 그 첫 5000년』(2011) /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2016) / 『관료제 유토피아』(2016)
이 땅에서 출간된 아나키스트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 1961 - )의 책들이다. 나는 자칭 활자중독자로 책을 가까이 한 삶이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나에게 생경한 작가였다. 지금까지 독서편력은 경도된 마르크스주의였는지 모르겠다. 정기 구독하는 격월간지 『녹색평론』의 서평이나 인용 글에서 저자를 처음 접했을 것이다. 부피가 670여 쪽에 달하는 책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군립도서관의 희망도서를 신청했고, 이제 책을 펼쳤다.
그동안 인류학 서적은 마빈 해리스의 문화유물론이 고작이었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자라니. 부제가 ‘위계·반란·욕망에 관한 에세이’였다. 나에게 논문 모음집으로 읽혔다. 도판하나 없이 활자로 빽빽한 편집은 고된 책읽기였다. 하루 100여 쪽으로 진도를 잡았다. 7일 만에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표제 『가능성들possibilities』은 글들을 묶은 주제였다. 현재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은 3부 12장으로 구성되었다. 자신이 걸어온 학문의 길과 일치되었다. 1부는 권위·소비·생산양식·물신 숭배 등 개념 문제를 다루었다. 2부는 마다가스카르의 현지조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문화를 분석했다. 3부는 지구정의운동 및 반-세계화운동 활동가로 전위주의와 유토피아주의, 민주주의의 비서구적 기원과 직접행동의 전략적 의미를 논의했다. 그동안 저자는 인류학자로서, 전 지구적 운동(반 - 세계화 운동)에 수년 간 참여해 온 정치적 활동가로 세계화 시대를 다루었다. 전지구적 운동은 전지구적 상황변화에 따라 혁명에 대한 전반적 생각을 바꾸었다. 전지구화 운동에서 혁명적 상상은 마르크스주의보다 아나키즘에서 그 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나키스트들은 낡은 껍질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에 헌신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조직과 실천의 윤리를 우선했다.
멕시코의 혁명조직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은 혁명이 국가의 강압 기구를 장악하려는 관념을 폐기했다. 대신 자율적 공동체의 자발적 조직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것을 제안했다. 한국은 2016 - 2017년 겨울, 평화적인 촛불혁명으로 정권교체를 쟁취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향한 가능성을 상상에서 현실로 이끌어냈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서구의 개념’이란 인식을 비판했다. “누구도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수 없는 공동체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발명하려고 한다면, 수천 년 동안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 온 공동체에 의해 사용되는 기술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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