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바다맛 기행 3
지은이 : 김준
펴낸곳 : 자연과생태
가리맛 / 능성어 / 다시마 / 광어(넙치) / 멍게 / 붕장어 / 미더덕 / 서대 / 해삼 / 옥돔 / 톳 / 쥐치 / 키조개 / 학공치 / 파래 / 군평선이 / 민꽃게 / 아귀 / 성게 / 복어 / 군부 / 모자반
책은 우리 바다의 맛과 문화사를 다룬 바다맛 기행의 3번째 이야기를 담았다. 『바다맛 기행』 1편이 ‘우리 밥상에 오른 바다맛’, 2편이 ‘사람과 먹거리’ 였다면, 3편은 ‘바다맛을 전해주는 바다’ 이야기였다. 표지그림은 가리맛을 옮기는 뻘배 행렬이었다. 여자만 일대의 어민들을 가리맛에 웃음꽃이 폈다. 갯벌 깊은 구멍의 가릿맛을 뽑을 때 뺨이 갯벌에 닿을 정도로 손과 팔과 어깨를 갯벌 속에 집어넣어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산지에서 가리맛은 꼬막보다 가격이 비싸다. 종패를 뿌리면 꼬막은 생존율이 낮고 성패로 자라는데 4 - 5년이 걸렸다. 가리맛은 2 - 3년이면 자라고, 종패의 생존율이 높아 생산량도 풍부하고 가격도 좋다.
완도는 동쪽 끝 평일도에 딸린 섬에서 서쪽 끝 보길도에 딸린 섬까지 직선으로 70㎞에 이르며 유인도 50여 개와 무인도 200여개로 이루어졌다. 2016년 기준 전국 해조류 생산의 39%, 패류 생산량의 71%를 차지했다. 밥상·술상 가장자리를 지키던 멍게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멍게비빔밥 덕분이다. 제주에서는 오토미 혹은 솔라리(옥돔), 물꾸럭(돌문어), 섬게(성게)를 ‘제주 바릇 3대 진미’로 쳤다. 바릇은 바다의 제주도 방언이다. 민꽃게의 집게발 힘은 사람의 손가락이 잘려나갈 정도로 힘이 셌다. 내가 사는 주문도에서 ‘박하지’라 부르는 민꽃게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기는커녕 싸우자고 집게발을 들어올려 ‘벌떡게’라고 부르기도 한다.
153쪽 사진은 서도西島 해역 뱃길의, 중국에서 조류를 타고 밀려와 길게 띠를 이룬 파래였다. 2014년 여름 대빈창 해변을 뒤덮은 가시파래를 보며, 나는 「백사장白沙場인가? 녹초장綠草場인가!」라는 글을 포스팅했다. 흰 백사장 모래를 녹색의 파래가 온통 뒤덮었다. 여름 한낮 땡볕에 파래가 썩어가며 내뿜는 악취가 섬을 휘감았다. 저자는 서해 섬들의 행정구역을 착각하고 있었다. 사진의 설명은 ‘인천 옹진군 주문도와 볼음도로 가는 뱃길’이라고 했다. 주문도와 볼음도의 정확한 행정구역은 강화군 서도면이었다. 책은 2018년에 출간되었다. 지난 겨울에 읽었던 『바닷마을 인문학』(따비)의 오류가 그대로였다.
우리나라 어촌 공동체를 연구하는 사회학자는 갯벌 생물의 멸종을 연안 환경오염 탓보다 극성스런 인간의 탐욕을 첫째 원인으로 꼽았다. 이제 절기는 밤의 썰물이 엄청 빠지는 물때가 돌아왔다. 물때를 섬주민보다 더 잘 꾀고 있는 외지인들이 떼거지로 짐차를 끌고 사리에 맞춰 섬에 나타났다. 그들은 몇날며칠 해변에 상주하며 박하지와 소라를 싹쓸이했다. 채취한 해산물의 부피를 줄이려고 망치로 소라껍질을 깨 속살만 아이스박스에 챙기는 치밀함까지 갖추었다. 억세다는 벌떡게가 남아날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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