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메트로폴리스
지은이 : 벤 윌슨
옮긴이 : 박수철
펴낸곳 : 매일경제신문사
우르크(기원전 4000-1900년) / 하라파·바빌론(기원전 2000-539년) / 아테네·알렉산드리아(기원전 507-30년) / 로마(기원전 30-537년) / 바그다드(537-1258년) / 뤼벡(1226-1491년) / 리스본·믈라카·테노치티틀란·암스테르담(1492-1666년) / 런던(1666-1820년) / 맨체스터·시카고(1830-1914년) / 파리(1830-1914년) / 뉴욕(1899-1939년) / 바르샤바(1939-1945년) / 로스앤젤레스(1945-1999년) / 라고스(1999-2020년)
오늘 하루 세계의 도시 인구는 또 20여 만 명이 늘었다. 지금 1시간마다 85명이 라고스로, 53명이 상하이에 새로 도착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전 세계의 도시 인구를 수용하려면 뉴욕 크기의 도시 8개나, 라고스 크기의 도시 3개를 새로 지어야 했다. 2050년이 되면 인류의 3분의 2가 도시에 살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서울과 경기권에 2,000만 명이 모여 살고 있다. 당국은 수도권 과밀 인구를 어떻게 분산시킬 것인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구 쏠림 현상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1800년 세계 인구의 5퍼센트가 도시에 살고 있었다. 1850년부터 1950년까지 세계 인구가 2배 반 증가하는 동안 도시 인구는 20배가 늘어났다. 1950년 인류의 30퍼센트(7억 5,000만 명)가 도시 거주자들이었다. 오늘날, 세계 도시 인구는 총 42억 명이었다.
세계 전체의 경제가 몇몇 도시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25년이면 총 6억 명(세계 인구의 7퍼센트) 인구의 440개 도시들이 전세계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상파울루, 라고스, 모스크바, 요하네스버그 같은 신흥 시장의 도시들은 각국 자국 국부國富의 3분의 1에서 2분의 1까지를 책임지고 있다.
영국의 역사가 벤 윌슨(Ben Wilson)은 세계 최초의 도시 메소포타미아 우르크에서 시작해, 가난하지만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나이지리아 라고스까지 26개 도시를 연대기 순으로 살폈다. 『메트로폴리스』는 웅장한 도시 건물이나 도시 계획에 관한 책이 아니었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생활의 압력에 대처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우르크는 기원전 4000여 년 전 수메르 인들이 메소포타미아 지역, 지금의 이라크 습지대에 세운 최초의 도시였다. 면적 7.77㎢에 인구 5만 - 8만 명이 살았다. 최초의 도시에서 기술과 계급, 화폐와 문자의 발명이 이루어졌다. 나이지리아의 항구도시 라고스는 21세기 중반이 되면 세계 최대의 도시가 될 것이다. 2040년에 이르면 인구수는 2배 늘어 4,000만명을 넘길 것이다. 인구 60퍼센트가 30세 미만인 라고스는 격렬한 에너지가 요동쳤다. 나이지리아 해외 무역량의 70퍼센트 이상을 맡은 교통요충지였다. 라고스가 만약 도시가 아닌 한 국가라면 아프리카 제5위의 부국이었다.
한국어판 서문에 저자의 송도 방문기가 상세하게 덧붙었다. 송도는 황해를 매립한 땅위에 350억 달러를 들여, 새로 만든 21세기 ‘첨단 기술의 이상향’으로 불리는 도시였다. 도시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미래를 전 세계에 팔기 위한 도시진열장이자 실험실이었다. ‘유비퀴터스 도시Ubiquitous City' 송도의 운영 체계는 100억 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
책에 소개된 한국 도시는 송도와 서울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구의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짐을 부리는 거대도시권역 가운데 하나가 인구 1,200만 명의 서울 수도권이었다. 자동차에서 식생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가장 인상적인 사례로 ‘서울로 2017’을 들었다. 2015년 자동차로 붐볐던 도시의 고가도로에 2만 4,000그루의 나무를 심고, 1킬로미터의 보행자 전용의 하늘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윌슨은 “한국은 지난 40 - 50년간 세계적 도시주의의 최전선에 있었다. 한국만큼 빠르고 성공적으로 도시화를 이룩한 나라는 드물다”고 말했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의 창궐은 인구 밀집지역 도시가 인류의 번영과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가리켰다. 포스트 코로나-19의 도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저자는 에너지가 고갈되고 기온이 더 올라가면서 도시의 환경이 혹독해지면, 인류는 즉석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말했다. 과연 그럴까. 가속화하는 도시화는 인류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앞당길 것이다. 나는 근원적 비관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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