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선방 가는 길
지은이 : 정찬주
펴낸곳 : 열림원
『암자로 가는 길』 / 『암자에는 물 흐르고 꽃이 피네』 / 『나를 찾는 암자여행』 /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시작편, 회향편』 / 『절은 절하는 곳이다』 /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 / 『눈부처』 / 『왜 산중에 사냐고 묻거든』 / 『뜰 앞의 잣나무』
책장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암자 전문가로 알려진 작가의 암자 답사기, 불교와 연관된 고사를 풀어쓴 어른동화 그리고 산문집이었다. 책은 2004년 8월에 1판1쇄를 찍었다. 출간된 지 17년 만에 인연이 닿았다. 그동안 나는 책을 온라인 서적 가트에 넣었다 뺐다를 얼마나 반복했던가. 한때 즐겨 잡았던 작가의 이름 석 자가 뇌리를 스쳤다. 군립도서관 검색창을 두드렸다. 책이 떠올랐다.
불제자 작가 정찬주는 법명이 무염無染이었다. 전남 화순 계당산자락에 2002년 산방 이불재耳佛齋을 마련했다.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룬다'는 뜻을 담았다. 자연을 벗 삼아 작가는 집필에 전념했다. 책의 1부 ‘나를 찾는 선방 기행’은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의 친견담으로 시작되었다. 운문사 운문선원에서 제주도 남국선원까지 전국 선방 15곳을 찾았다. 선방禪房은 사찰 안의 참선하는 방을 가리켰다. 작가는 선방의 다양한 개성과 분위기, 수행 스님들의 일과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서옹 스님은 선서禪書의 으뜸 『벽안록』을 10년째 강의했다. 정광 스님은 문경 봉암사 동암에서 20년째 참선 중이었다. 백장선원 청화스님은 수년 째 묵언 중이다. 일꾼 법연 스님은 30년 동안 결제 중에는 일하고, 해제 때는 공부했다. 성철은 8년을 장좌불와했다. 극람암 호국선원은 경봉 스님이 1928년에 개설했고, 1982년 열반에 들 때까지 조실로 계셨다. 복천암 복천암선원은 청담과 성철이 도반으로 수행하던 토굴이었다. 정혜사 능인선원은 덕숭총림의 비구 선원으로 1932년 만공 스님이 사재를 털어 건물을 준공했다. 석남사 선방은 비구니 선원으로 유일하게 조계종 비구니 특별선원으로 지정되었다. 남국선원은 제주도 유일의 선방이다.
2부 ‘선을 찾는 시간 여행’은 선禪의 초조初組 달마에서 선의 인간화를 추구한 임제까지 스승과 제자 간의 계보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냈다. 나는 마조 수제자의 한 사람 서당西堂에 끌렸다. 서당의 제자들 가운데 신라의 스님들이 많았다. 도의道義, 홍척洪陟, 혜철惠澈은 심인을 얻어 국내로 돌아왔다.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지산 보림사, 실상산 실상사, 동리산 태안사를 창건했다.
마지막은 우리나라 1호 판사로 일제강점기 사형을 언도하고 고뇌 끝에 출가한 효봉 스님의 선가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사자후다. “여기禪에 뜻을 둔 사람은 인정에 얽매이지 말고 사자의 힘줄과 코끼리의 힘으로 판단하여 지체없이 한 칼로 두 동강을 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여울에 거슬러 오르는 고달픈 물고기나 갈대에 깃든 약한 새나 참죽나무에 매인 여윈 말이나 말뚝을 지키는 눈먼 당나귀 따위가 된다면 그런 사람을 어디에 쓸 것인가.”(74 -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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