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흐린 세상 맑은 말

대빈창 2021. 8. 18. 07:00

 

책이름 : 흐린 세상 맑은 말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해냄

 

고전인문학자 정민의 『흐린 세상 맑은 말』은 저자가 30대 시절 처음으로 펴낸 대중서 『마음을 비우는 지혜』(솔, 1997)의 글들을 다시 가다듬고 검토하여 펴낸 개정판이었다. ‘탐욕의 길, 무욕의 삶’, ‘군자와 소인 사이’, ‘책 읽는 소리’, ‘생활의 예술’, ‘혀끝과 붓끝’ 등 5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꼭지 『축자소언祝子小言』의

 

慾果無邊: 宅畔有宅, 田外有田, 官上有官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집 옆에 집이 있고, 밭 밖에 밭이 있으며, 벼슬 위에 벼슬이 있고,

(······)

世短意常多, 翻不如三家村裏省事漢撇脫   인생은 짧은데 바람은 늘 많다. 차라리 세 집 사는 작은 마을에서 온갖 일 던져두고 초연함만 같지 못하리라.

 

에서 『사암연어槎庵燕語』의

 

難親勝于易合, 面諛甚于背非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쉽게 합해지는 것보다 낫다. 면전에서 아첨하는 것은 등 뒤에서 비방하는 것보다 나쁘다.

 

까지. 214 꼭지가 실렸다. 3꼭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글은 해설과 원문과 저자의 소감이 한 쪽을 차지했다. 글들은 중국 명明 청淸 시대에 유행한 격언집 『채근담菜根譚』, 『신음어呻吟語』, 『유몽영幽夢影』등 61 책에서 인용했다. 천성이 조급한 나에게 가장 와 닿는 청언소품淸言小品은 『회심언會心言』의,

 

靜有威, 躁無威. 고요함 속에 위엄이 깃들고 조급함 속에 위엄은 사라진다.

 

였다. 남은 삶의 좌우명으로 삼아야겠다. 악다구니로 가득찬 혼탁한 세월을 힘겹게 건너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고전인문학자는 말했다.

 

“마음 밭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 쑥대만 뒹군다. 미쳐 날뛰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나는 누군가?’, ‘어디로 가는가?’를 되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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