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지은이 : 서경식
옮긴이 : 형진의
펴낸곳 : 반비
민주주의와 소수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 기여한 공로로 저자는 2012년 제6회 김대중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은 재일조선인 지식인 서경식(徐京植, 1951 - )이 ‘재일조선인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밝힌 대중적 역사서였다. 도쿄게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20년간 ‘인권과 마이너리티’라는 강의가 밑바탕이 되었다. 저자는 ‘재일조선인’을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의 결과로 일본에 살게 된 조선인과 그 자손’으로 정의했다. 재일조선인은 몸으로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증언하는 ‘산증인’ 이었다.
저자의 목소리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향했다. 우경화와 역사 왜곡, 외국인 혐오가 확산되는 사회에서 역사를 잘못 배워 피해의식만 키워가는 젊은 세대가 안타까웠다. 재일조선인의 역사는 식민지의 고통과 분단의 아픔, 국민국가의 폭력 앞에 맨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식민지 시절 강제로 일본 국민으로 편입되었다가, 해방 이후 다시 국적을 빼앗겼다. 조국이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했다. 책은 난민의 신세로 전락한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폭력의 메커니즘으로 해석했다.
책에 소개된 네 분의 재일조선인들의 사연을 읽으며 나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아홉 살 때 일본에 건너와 하루 12시간의 공장노동으로 입에 풀칠을 한 재일조선인 1세 문금분文今分 씨는 1984년 당시 64세로 야간중학교에 다녀 글을 깨쳤다. 험난한 인생여정을 시로 쓰셨다. 재일조선인 2세 이정자李正子 씨는 1947년 미에 현 우에노 시에서 태어났다. 이정자씨의 아버지는 1929년 일본에 왔다. 회한과 슬픔을 단카短歌에 담았다. 재일조선인 3세 배귀미裵貴美 씨는 에히메 현 마쓰야마 시의 심포지엄에서 십수 년 전에 저자와 만났다. 배 씨의 할아버지는 1941년 규슈의 탄광으로 강제 연행되었다. 배씨는 자신을 재일조선인이라고 밝히지 못하고 살아 온 삶을 후회했다. 오래전 저자의 강의를 들었던 윤동주 시인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여학생 Y씨. 그녀는 이제 30대 후반이 되었다 저자는 힘든 현실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자고, 일본 어디에 존재했을 그녀에게 인사를 보냈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 속의 일본을 한국으로, 재일조선인을 장애인이나, 외국인, 또는 한국 속의 또 다른 약자로 바꾸어 읽기를 당부했다. 단일민족에 대한 집착이 일본 못지 않은 한국은 조선족, 저개발국가 이주노동자, 동남아시아 다문화 가정여성 등 다양한 집단이 국가주의, 국민주의, 민족주의의 희생양으로 차별받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자李正子씨의 단카短歌로 마무리를 짓는다. 그녀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다른 아이들에게 ‘초센’이란 말을 듣고, 민족이란 문제에 처음 부딪혔다.
민족과의 첫 만남 초센진이라 조롱당하던 여섯 살 봄이었네.(『돌아보면 일본ふりむけば日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