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화첩기행 5
지은이 : 김병종
펴낸곳 : 문학동네
김병종의 화첩기행 1(효형출판, 1999) - 예의 길을 가다 / 김병종의 화첩기행 2(효형출판, 2000) - 달이 뜬다 북을 울려라 / 김병종의 화첩기행 3(효형출판, 2005) - 고향을 어이 잊으리 / 김병종의 모노Mono 레터Letter(효형출판, 2006) - 화첩기행 네 번째 /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랜덤하우스, 2008)
책장 한 구석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는 화가 김병종의 책들이다. 그 책들을 잡은 시간이 어느새 15 -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화첩기행 5』(문학동네, 2014)의 부제는 ‘북아프리카 사막 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이었다. 책장의 묵은 책들을 일별하다 화가를 떠올렸다. 반갑게 시리즈의 마지막 책을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뒤늦게 화가의 북아프리카 ‘화첩기행’을 펼쳤다.
알제리 : 프랑스 철학자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1898-1971), 고대 로마 해변 유적지 티파사, 알제리 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 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Michel Houellebecq, 1958- ), 기독교 사상가·작가 C. 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
이집트 : 고대 이집트 중왕국·신왕국 수도 룩소르, 기자의 피라미스·스핑크스, 람세스 2세가 조성한 아부심벨 신전
튀니지 : 소금호수 쇼트 엘 젤리드, 사막도시 토주르,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Antoine de Sant-Exupéry, 1900-1944), 사막의 관문 두즈, 혈거부락 마트마타, ‘사헬의 진주’ 수스, 이슬람 4대 성지 카이로우안 그랑 모스크, 고대 로마의 엘젬 원형경기장, 천년 동안 문명을 이어 온 카르타고, ‘튀니지언 블루’의 시디부사이드, 카페 데나트
모로코 : 영화 〈카사블랑카〉, 제마엘프나 광장, 마조렐의 정원, 페스의 골목시장, 가죽 염색공장 태너리, 라바트의 카스바(성채 안 옛 도시)
마그레브Maghreb는 해가 지는 서쪽이라는 뜻으로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이 있는 아프리카 북서부를 가리켰다. 북아프리카는 수천 년 간 페니키아, 로마, 오스만튀르크, 스페인, 프랑스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 슬픈 역사의 이면은 이질적인 문화의 혼종이 낳은 독특한 제3의 예술을 낳았다. 글과 그림은 화가가 2008년 마그레브를 여행하며 쓰고 그린 기록이었다. 화가는 그림은 물론 글쓰기도 뛰어났다. 그는 문청시절, 미술평론과 희곡으로 두 번이나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젊은 시절 ‘알베르 카뮈 키즈’ 답게 알제리의 극빈자 마을 카스바에서 카뮈의 흔적을 쫓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달동네의 집들은 다닥다닥 연이어지며 바위위의 조가비처럼 언덕에 붙어있다. 남루한 삶은 그렇게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었다.(79쪽) 알베르 카뮈는 조국 알제리의 독립에 한때 반대했다. 이는 프랑스와 알제리의 양쪽 지식인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카뮈의 어릴 적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의 영향인지 모르겠다. 카뮈의 어머니는 농아에 문맹이었다. 할머니는 어린 소년에게 시내에 나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라고 사납게 굴었다고 한다.
표지그림은 〈사하라 가는 길〉로 두즈에서 라프란까지 사하라사막을 낙타를 타고 횡단하는 길이었다. 책은 화가의 생명력 넘치는 그림 29점과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도판 86점이 실렸다. 화가는 말했다. “시 같은 그림, 수채화 같은 문장, 문장을 읽다 보면 눈앞에 그림이 연상되고 잡히는 시각적 문장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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