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디아스포라의 눈

대빈창 2021. 9. 6. 07:00

 

책이름 : 디아스포라의 눈

지은이 : 서경식

옮긴이 : 한승동

펴낸곳 : 한겨레출판

 

디아스포라diaspora는 이산離散을 가리키는 말로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고향을 떠나 이리저리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디아스포라의 눈』은 재일조선인 서경식이 한국, 일본, 세계의 사상事象을 응시하며 쓴 칼럼이었다. 4부에 나뉘어 62꼭지가 실렸다. 1부는 한국 사회를 진단한 글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쇼크이후 신자유주의의 횡포, 비정규직·외국인노동자 해고, 2011. 3. 11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과 원전폐기물, 버지니아 총기 난사사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사형제, 지문 채취, 스포츠 국가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거부 촛불투쟁 등 국가주의 시선이 짙게 드리운 고국의 상황에 기억과 연대의 힘을 환기시켰다.

2부는 서경식의 아이덴티티 재일조선인 문제에 관한 글로 국가폭력과 인권, 인종 차별, 제노포비아(외국인이나 타자에 대한 혐오나 적대시),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등을 다루었다. 2008년 5월 15일은' 나크바Nakba' 60돌이었다. 60년 전 제1차 중동 전쟁이 발발하고 이스라엘 건국이 강행되었다.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이 난민이 되었다. 그날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나크바’라 불렀다. 대파국大破局이라는 의미였다. 그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가지 지구를 분리 방벽으로 에워 쌓았다. 점령지 내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다. 팔레스타인 토착인들을 난민화시킨 불법 행위를 국제 사회는 60년 째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백그라운드는 제국주의 미국이었다.

팔레스타인 출신 문명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 - 2003년)는 죽기 3년 전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제 점령은 20 - 21세기의 가장 긴 식민지배·군사점령이다. 그 이전 최장이었던 것은 1910년에서 1945년에 걸친 일본의 한반도 점령이다. 이스라엘의 점령은 마침내 최장 기록을 달성해가고 있다.” 이 땅의 친일파와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 떠올랐다. 피식민지 국민에게 점령은 치욕, 절망이며 재산과 혼과 인간성 파괴였다. 그들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공감능력이 결여되었거나 용기가 없는 비겁한 자들이었다.

3부는 ‘시대를 통할하는 예술의 힘’으로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에 관련된 글을 모은 책의 백미였다. 작곡가 윤이상과의 만남에 대한 추억, 임옥상의 〈매향리 폭탄〉, 황재형의 〈퇴근 버스〉, 신경호의 〈넋이라도 있고 없고: 초혼〉, 빈센트 반 고흐의 〈피에타〉, 일본 근대 조각의 창시자 오기와라 모리에의 〈갱부坑夫〉, 마루키 이키·마루키 도시 부부의 〈원폭도〉 연작,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베를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4부는 한국 문화에 대한 소박한 단상을 담았다. 병원 완전 간호 원칙, 한국 음식쓰레기, 세계인권선언, 양심적 병역거부 등.

역사학자 한홍구는 발문 「고통과 기억의 감수성으로 역사의 길을 내는 디아스포라」에서 말했다. “교양은 없고 전공만 있는 시대에, 인문학적 기초는 없고 붓질만 남은 시대에, 다른 사람의 고통에 관심은 없고 나만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시대에, 때로는 타인의 고통마저 우아하게 소비되는 시대에 서경식은 고통과 기억의 감수성이라는 신발을 신고 역사의 보고로 가는 길을 내고 있다.”(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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