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울씨의 일일

대빈창 2021. 9. 10. 07:00

 

책이름 : 우울씨의 일일

지은이 : 함민복

펴낸곳 : 문학동네

 

○ ○ ○ 님께 좋은 글 쓰시고 늘 고맙습니다 2007. 1. 19 함민복 드림

○ ○ ○ 님 고맙습니다 2021. 봄 함민복 드림

 

시인을 만난 지 10여년이 지났을 것이다. 나는 그 시절 시인의 3·4번째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과 1·2번째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미안한 마음』을 한 구절씩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읽었다. 물론 시인의 자필서명이 쓰인 책들이었다. 1·2번째 시집 『우울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약속』은 품절되어 구할 수 없었다. 2007년 새해가 밝아왔고 나는 오랜만에 시인의 집을 찾았다. 반갑게 두 권의 초창기 시집이 재판되었다. 시인은 속표지에 자필서명하고 두 권의 시집을 건넸다.

 

2판4쇄 2006년 4월 10일 / 세계사 / 3부 - 46시편 / 해설 : 이경호(문학평론가) - 「텔레비전 속의 현실과 우울증의 나르시시시즘」

초판 2020년 11월 22일 / 문학동네 / 3부 - 57시편 / 「시인의 말」 - 2편

 

출판사 《문학동네》는 2020년 11월 복간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를 시작했다. 복간시집은 해설과 추천사가 없었다. 단출하게 시인의 약력과 자서만 실렸다. 세로가 길쭉한 판형은 문학동네시인선과 책 사이즈가 같았다. 1차분으로 중견 시인의 첫 시집 10권이 출간되었다. 표지는 파스텔 톤의 열 가지 색이었다. 시인친구 함민복의 첫 시집 개정판의 표지는 살구색이었다. 표제는 3부에 11편이 실린 연작시 「우울씨의 일일」에서 빌려왔다.

개정판은 첫 시집을 내기 전에 썼던 열두 편의 시가 추가되었다. 나는 시편들을 읽으며 생태사상가 故 김종철 선생을 떠올렸다. “‘인간의 손으로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 있는’데 대한 근본적인 감각이야말로 모든 시가 태어나는 모태이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시인은 모두 본질적으로 가장 심오한 생태론자 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집을 여는 첫 시 「흙속으로 떠나는 전지훈련」외  추가된 시들을 나는 생태시로 읽었다. 마지막은 시인의 등단작으로 1988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당선작 「성선설」(45쪽)의 전문이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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