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
지은이 : 마빈 해리스
옮긴이 : 원재길
펴낸곳 : 황금가지
『작은 인간』(민음사, 1995) - 인류 문화가 진화하는 과정
『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 1982),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 1992), 『식인과 제왕』(한길사, 1995) - 문화인류학 3부작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황금가지, 1996) - 미국의 생활문화 변천
1990년대 중반 나는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1927 - 2001)의 글에 필이 꽂혔다. 이 땅에서 출간된 그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마빈 해리스의 책들을 다시 호출했다. 앞 선 책들은 인류학자로서 문화 유물론적 관점으로 모든 문화현상의 밑바탕에는 경제적·기술적 필연성이 존재하므로 그 바탕이 되는 문화의 물질적 근거를 파헤쳤다. 반면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는 오늘날 미국 현대문화에 대한 인류학자의 고찰이었다.
『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1987) 는『오늘 날의 미국』(1981)의 개정판이었다. 프롤로그 「인류학자가 전하는 오늘날의 문화」, 7개의 장은 제조업 퇴조, 서비스업 품질 하락, 달러화의 위축, 여성의 사회 진출, 게이들의 공론장의 진출, 거리 테러의 급습, 컬트(규모가 작고 비밀스러운 집단)의 범람 현상을 다루었다. 에필로그 「상상하는 세계, 배반하는 현실」, 개정판 서문, 옮긴이의 말로 구성되었다.
마빈 해리스는 사회학, 경제학, 여성학, 통계학, 종교학 등 제반 학문을 수렴한 전체론적(holistic) 관점으로 미국 문화의 변화를 바라보았다. 그는 원인을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과점 기업과 관료 체계의 부상에서 찾았다. 마빈 해리스가 바라 본 1980년대의 미국과 21세기 이 땅의 현실은 놀랍게 닮아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서 보여 준 풍자는 한국적 천민자본주의의 계급적 격차가 나타내는 ‘헬조선’이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조국의 지옥같은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이민을 꿈꾸었다. 한 해에 생활고로 목숨을 던지는 이들이 70여 명에 달했다.
'여성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의 대량 유입은 제조업 자본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현상과 맞물리면서 미국 노동운동을 거의 불구 상태로 만들었다.'(263쪽) 그렇다. 메이데이는 1886년 5월 미국 시카고의 '8시간 노동제 쟁취' 파업 투쟁을 기리는 날이었다. 전일적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총본산 미국에서 노동운동은 맥을 못추었다. 나는 그동안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신식민지 착취로 배를 불린 자본가들이 던져주는 떡고물에 취한 그들을 사갈시했었다. 나의 관념적 현실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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