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장진 시나리오집

대빈창 2008. 9. 24. 17:37

 

 

책이름 : 장진 시나리오집

지은이 : 장진

펴낸곳 : 열음사

 

'장진 희곡집'을 책씻이 하자, 아직 출간되지도 않는 '장진 시나리오집'이 보고 싶다. 희곡집은 금년 1월에 출간되었고, 이런저런 출판계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니, 시나리오집은 3월에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책은 7월이 되어서야 나의 손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책의 부피가 꽤나 두텁다. 앞서의 희곡집보다 부피가 1.5배다. 책씻이하고 보니, 책이 늦게 출간된 연유와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현재 극장가에서 흥행몰이에 나선 '공공의 적 1-1 : 강철중'이 부가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와는 거리가 먼지라 '강철중'의 관객동원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400만을 넘기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영화의 대중성이 큰 공헌을 했겠지만, 내게는 강우석 연출과 장진의 시나리오라는 콤비의 역할 분담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글을 쓰면서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 영화를 통해 잘 표현된 것'이라고 선배 감독을 추켜 세운다. 그리고 '영화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아는 것이 시나리오를 잘 쓰는 첩경'이라고 넌지시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덧붙여서 자기의 작품이 '얼마만큼의 시간과 돈이 투여되는지를 안다면 합리적인 시나리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강철중'은 대작이다보니 시나리오 분량도 만만치않다. 거의 200쪽 분량에 가깝다. '공공의 적' 시리즈가 그렇듯 강력계 형사와 조직폭력배라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가 뚜렷한 작품이다. 형사로는 여전히 설경구가 주연을 맡았다. 나는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공공의 적 1, 2를 명절 특선으로 TV에서 얼핏 본것이 전부다. 시나리오마다 눈요기로 들어간 두 세편의 영화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그런데 또다른 주연은 정재영이다. 희곡집과 시나리오집에 실린 작품마다 정재영이 꼭 출연한다. 김기덕 작품의 조재현처럼 장진의 작품에는 단연 정재영인 것은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기 때문일까. 장진 희곡의 수다스러움은 시나리오에서도 동일하다. 그렇다 이 작품집에 실린 흥행 성공작인 '킬러들의 수다'가 대표적이다. 모든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에게는 좀 황당한 작품이 하나 있었다. '고마운 사람'으로 고문실이라는 폐쇄공간에서 만난 운동권 학생과 고문 수사관의 공감 과정을 그렸는데, 작가의 선한 의도가 너무 겉으로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다.

 희곡과 시나리오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희곡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많은 반면 시나리오는 자유롭다. 희곡의 단위는 '막과 장'이고, 시나리오는 'sequence와 scene'다. 인물에 있어서도 희곡은 초점화되고 정제된 행동으로 인물의 수에 제약이 따르지만, 시나리오는 확산적 행동으로 인물 수에 제약이 없다. 엄청난 수의 엑스트라가 말해준다. 희곡은 배우가 관객을 직접 대면하여 일시적이고 순간적이지만, 시나리오는 동시적이며 반복적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희곡은 연극의 대본이므로 문학적 독자성이 존재하지만, 시나리오는 영화 대본이므로 문학적 독자성이 희박하다. 그러기에 희곡과 시나리오의 차이를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는 '장진 희곡집 시나리오집 세트'를 구매하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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