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림 속에 노닐다
지은이 : 오주석
엮은이 : 오주석선생유고간행위원회
펴낸곳 : 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 책을 발견한 기쁨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학자는 죽어서도 글로서 이름을 떨치는구나.'라고. 나는 되새김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에서 선생의 타계를 못내 애석해했다. 그것은 우리 옛 그림을 보는데 있어 시야를 가렸던 안개를 걷히게 하는 선생의 조언을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내가 선생을 책으로 접하게 된 인연은 대략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계에서 간송학파라 일컬어지는 일군의 학자그룹이 '우리 문화의 황금기 - 진경시대'를 돌베개에서 출간했다. 영·정조 시대의 시서화문사철(詩書畵文史哲)을 아우르는 학술논문의 공저에서 선생은 회화분야를 맡았다. 그리고 우리 옛 그림의 대중서라 할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를 잡고는 다시는 선생 글을 접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아쉬움에 허탈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선생의 학술지라도 잡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온라인 서적에 접속했다. 그리고 꽤나 부피가 두텁고, 가격도 만만치않은 '단원 김홍도'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시장바구니에 던졌다. 그런데 웬걸 신간서적 코너를 뒤적이니, 엉뚱하게도 이 책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나는 부리나케, 두권의 학술지를 '나중에 주문하기' 바구니에 옮겨 담았다. 그렇다. 故 오주석 선생과 뜻하지 않게 해후하게 된 이 책은 '오주석의 讀畵隨筆'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그림을 읽고 쓴 에세이'라는 뜻이다.
제호는 유고간행위원회 대표인 강우방의 글씨다. 그리고 책 이미지의 그림은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이고, 뒷면은 김홍도의 '주상관매도'가 표지를 장식했다. 아마! '단원 김홍도와 조선시대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21세기의 미술사학자'라는 평가를 받는 고인을 기리는 편집진의 배려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선생의 대부분의 저서가 '솔'에서 출간되었는지 그 연유를 이제야 알겠다. 유고간행위원회의 임우기는 그림과는 거리가 먼 문학평론가로서 고인의 절친한 친구로 솔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선생은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시리즈를 10권의 장문으로 기획했으나, 안타깝게 2권도 완전히 못 채우시고 돌아가셨다. 하지만 유고간행위원회의 '고인이 남긴 주옥같은 문장과 명편들이 적절한 구성과 편집으로 속속 출간' 하겠다는 다짐에 아쉬움을 접는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단원 김홍도하고 함께 놀겠다'는 선생의 생전의 혼잣말을 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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