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지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녹색평론이 통권 100호를 발간하면서 나는 때아닌 부자가 된 듯하다. 줄곧 벼르던 녹색평론의 정기구독자가 되었고, 그 헤택으로 단행본 한 권을 증정 받았다. 앞선 글로 김곰치의 르포·산문집 '발바닥 내 발바닥'을 선택했다. 그리고 출판사는 100호 발간 기념사업으로 3권의 신간도서를 출간하였다. 녹색평론사의 연륜은 만만치않으나, 가난한 살림으로 단행본 출간이 가뭄에 콩 나듯이 한 것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이 땅의 환경 생태에 관한 인식은 아직도 지적 풍토에서 사막이나 다름없어 필진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3권 모두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종철의 저작이거나 엮은 글모음집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독자를 찾은 책들이니 나 같은 어설픈 생태주의자에게는 단비의 해갈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 첫째가 '녹색평론선집 2'로 1권이 출간된 지 15년 만에 동생을 보았다. 녹색평론이 살아있는 한 선집은 계속 출간될 것이다. 사실 거북등처럼 갈라진 나의 환경 생태 인식에 최초로 빗방울을 뿌려 준 것이 '선집 1'이었다.둘째는 김종철의 사회비평집인 '땅의 옹호'다. '간디의 물레'이후 10여 년만에 저자가 이 땅에 전하는 메시지가 압축되어 있는 책이다. 세째는 '녹색평론 서문집'이라는 부제가 말해주 듯 그동안 발행·편집인으로서 써왔던 '책을 내면서'를 한데 묶은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다. 그러고보니 3권의 책은 녹색평론 100호 이전에 실린 글들의 엑기스라 할 만하다.
46억년이라는 지구의 역사가 내장한 화석연료를 산업혁명이라는 괴물을 잉태하여 200년만에 대기로 날려버리는 축제에 들뜬 인간이라는 한 종의 만행으로 지구는 환경재앙이라는 극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저자는 17년전 창간호 서문에서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오히려 더 망가졌다. 기후변화, 석유정점, 식량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붕괴라는 파국의 소용돌이가 눈앞에 다가오지 않았는가. 나의 상상력은 가난하다. 그러기에 나는 단언하건대 '희망은 없다'라고 내뱉는다. 그것은 우리 인류가 탄 배가 빙산에 부딪치는 극단을 막을 방도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시선은 냉소적이고 염세적이다. 저자는 어금니에 힘을 주고 독자에게 말한다. '희망을 위한 싸움'을 위해서라도 '비판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상상력'은 '경쟁력'이라는 날선 메스에 잘려 나갔다. 특히 이 땅에서는. 누군가 말했다. '냉소는 나에게 힘이라고' 우리의 몰골을 차갑게 비웃어야 그나마 없던 깡다귀라도 생기지 않을까. 토목·건설 공화국에서는 단 하루라도 공사판이 벌어지지 않으면 불안하다.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을 넓히는' 새마을 운동은 이제 전 국토의 아스팔트·시멘트화로 치닫고 있다. 이 땅의 자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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