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호치민 평전

대빈창 2021. 10. 5. 07:00

 

책이름 : 호치민 평전

지은이 : 윌리엄 J. 듀이커

옮긴이 : 정영목

펴낸곳 : 푸른숲

 

호치민(胡志明, 1890 - 1969)은 베트남의 혁명가, 독립운동가, 정치인이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중북부 응에안 성 호안쭈에서 태어났다. 호치민의 본래 이름은 응우옌 신 꿍 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 정식교육을 못 받았지만 역사와 고전에 해박했다. 1920년대초 파리 체류 시절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하고, 응우옌 아이꾸옥(阮愛國)이라는 가명을 썼다. 1924년 모스크바의 코민테른 5차대회에 출석했고, 1925년까지 혁명사상을 체득했다.

1930년 2월 3일 영국령 홍콩에서 3개의 공산주의 조직을 하나로 묶어 《베트남 공산당》을 창립했다. 1945년 8월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호치민은 민족해방위원회를 결성했다. 일본, 프랑스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고 궐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9월 2일 호치민은 베트남민주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했다. 베트남의 중·남부는 여전히 프랑스 세력이 강했다. 1954년 5월 7일 디엔빈에푸 전투 승리로 프랑스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제네바 협정이 체결되었고 프랑스가 철수하면서 80년에 걸친 식민지배에서 벗어났다.

제네바 협정에 따라 프랑스가 철수했지만, 미국은 남부 베트남에 응오 딘 디엠 꼭두각시 정권을 세웠다. 베트남은 17도 선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 미국은 통킹만 사건을 빌미로, 1965년 2월 7일 북베트남에 폭격을 개시하며 베트남 전쟁을 도발했다. 1964년 북베트남군이 베트남 근해의 통킹 만에서 8월 2일과 8월 4일 2차례 미국 구축함을 어뢰정으로 공격했고, 미군은 이를 격퇴했다. 미국의 존슨 대통령은 미해군 비행기들에게 북베트남 보복폭격 명령을 내렸다. 미국 의회는 거의 만장일치로 통킹 만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시 린드 존슨 대통령이 언급했던 북베트남 어뢰정의 선제공격은 없었다. 백악관은 베트남 전쟁을 도발하려, 통킹 만 사건을 조작했다.

1969년 9월 2일, 24번째 독립선언 기념일을 앞두고 호치민은 79세로 사망했다. 호치민이 죽자 121개국으로부터 2만2천 통의 조문 메시지가 당도했다. 우루과이의 한 신문 사설은 그의 죽음을 이렇게 애도했다. “그는 우주만큼 넒은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아이들에 대한 가없는 사랑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소박함의 모범이다.”(817쪽) 호치민의 장례식은 10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1969년 9월 8일 하노이의 바딘 광장에서 열렸다. 그후 6년이 지난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이 함락되었다. 1976년 베트남사회주의인민공화국이 성립되었다. 사이공은 호치민으로 개칭되었다.

호치민은 2차 대전 종전후 인도차이나 지배를 다시 노린 프랑스에 맞서 9년 항전을 이끌었고, 1966년 미국의 침략에 맞서 10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월리엄 J. 듀이커는 1960년대 사이공의 미 대사관에 근무하며 호치민의 신비성에 매혹당했다. 그는 30년 넘게 베트남,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등지를 돌며 자료를 모으고 관계자의 증언을 들었다. 2000년에 출간된 책은 그의 야심작으로 97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듀이커는 호치민을 “빈틈없는 전략가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재능있는 조직가로서 반은 레닌이고, 반은 간디였다.”(839쪽)고 평가했다.

 ‘베트남에서 미국인들은 5만5천명 이상 죽었지만, 전쟁기간 베트남인은 남북을 합쳐 1백만 명 이상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호아저씨의 동포들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그의 결의 때문에 상당한 대가를 치렀던 셈이다.’라고 듀이커는 말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책임을 묻지않는 저자의 앞뒤가 바뀐 역사인식을 나는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책은 1945년 이전 호치민의 삶을 정교하게 복원했다. 하지만 미국이 통킹 만 사건을 조작하고 베트남 전쟁을 도발한 이후의 서술은 불편했다. 출판사 로고는 부리가 긴 새였다. ‘토트’로 문자를 창조한 지혜의 신이었다. 토트의 지혜를 빌려,  비판적 책읽기가 요구되는 대목이었다. 베트남 전쟁과 호치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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