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석복惜福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김영사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고전인문학자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었다. 『일침』, 『조심』, 『석복』,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습정』. 초판 1쇄 발행일이 2018. 3. 9일 이었다. 『석복惜福』은 복을 아낀다는 뜻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여겨 더욱 낮추고,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오래 누리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들은 이 말을 아꼈다. 아껴둔 복은 저축해두었다가 함께 나눴다. 첫 꼭지 ‘석복겸공 惜福謙恭’은 광릉부원군 이극배李克培(1422 - 1495)는 자제들을 경계하여 이렇게 말했다.
物盛則必衰 若等無或自滿
사물은 성대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어 있다. 너희는 자만해서는 안된다.
에서, 마지막 꼭지 ‘채수시조債帥市曹’는 윤기가 〈청탁과 뇌물을 논함論請託賄賂〉에서 말했다.
(······) 官職則恬退黜伏, 而疾足者攫取, 訟獄則直者常屈, 而曲者常伸.
(······) 관직에서는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은 쫓겨나고, 발 빠른 자가 낚아채며, 송사에서는 곧은 자가 늘 꺾이고, 굽은 자가 항상 이긴다.
1부 ‘마음 간수’는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다잡는 마음, 2부 ‘공부의 요령’은 생각과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옛글 잠언, 3부 ‘발밑의 행복’은 사소함을 그르쳐 일을 망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 4부 ‘바로 보고 멀리 보자’는 당장의 이익과 만족에 몰두하는 현 세태에 대한 일침. 각 25편씩 100편의 글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깊은 사유와 성찰을 네 글자에 담았다.
西峰殘日, 生則無緣相面, 月入禪窓, 忽憶斗陵.
서편 봉우리에 남은 해여서, 살아생전 서로 만나볼 인연이 없군요. 달빛이 선창禪窓에 비쳐들면 문득 두릉을 생각하곤 합니다.
대둔사 승려 호의縞衣(1778 - 1868)가 다산의 둘째아들 정학유丁學游(1786-1855)에게 햇차와 함께 보낸 편지의 서두였다. 다산이 아꼈던 제자 호의는 다산이 세상을 뜬 뒤에도 해마다 햇차를 만들어 두릉斗陵에 보냈다. 그 세월이 30년을 이어왔다. 오늘의 경박한 세태를 뒤돌아보면서 나는 선인들의 선의와 오가는 정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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