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구별 생태사상가

대빈창 2021. 10. 7. 07:00

 

책이름 : 지구별 생태사상가

지은이 : 황대권외 27인

펴낸곳 : 작은것이 아름답다

 

책은 성장 지상주의를 성찰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에른스트 프리히 슈마허(1911 - 1977)에서 생태학은 학문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운동의 삶을 살다 간 아르네 네스(1912 - 2009)까지 생태사상가 28인의 삶과 통찰을 담았다. 이들은 우리가 겪고 있는 생태위기를 미리 내다보고 한걸음 앞서 삶을 통해 질문하고 통찰했다. 지난 100년 동안 녹색전환의 길을 연 생태사상가들이었다. 생태환경문화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동서양 생태사상가 28인의 짧은 평전을 실었다. 그 시절 나는 1년6개월 정도 잡지를 구독했고 몇 편의 글을 접했다.

『지구별 생태사상가』는 경제학자 강수돌에서 생명평화운동가 황대권까지 28인이 한 꼭지씩 글을 썼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대안사회를 실천하고 연구해 온 생태환경 전문가들이었다. 격월간 생태인문잡지 『녹색평론』을 구독한 지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에게 필자들은 그만큼 낯이 익었다. 과학자, 생물학자, 유기농업 농부, 대안학교 교사, 사회학자, 문학가, 적정기술연구가, 여성학자, 경제학자 등 이 땅의 척박한 생태 환경을 딛고. 그들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서해의 작은 섬에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한다는 자기만의 다짐은 어느덧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문화생활(?)과 거리가 먼 섬 환경으로 인해 나는 다행스럽게 책을 가까이했다. 그동안 내가 잡았던 생태사상가들의 대표적인 책들이다. 에른스트 프리히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의 열두 달』, 스코트 니어링의 『스코트 니어링 자서전』, 게리 스나이더의 『이 현재의 순간』, 헬레나 노르베지 호지의 『오래된 미래』, 웬델 베리의 『지식의 역습』,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 피에르 라비의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일순의 『나락 한 알 속의 우주』까지.

아쉬운 것은 내가 존경하는 일본의 반핵운동가·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高木人三郞, 1938 - 2000)와 한국의 생태사상가로 『녹색평론 』발행인이었던 김종철(1947 - 2020) 선생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생태사상가들을 앞으로 소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궁지에 몰린 인류의 답은 자연농법이라는 길을 제시한 후쿠오카 마사노부(1913 - 2008)는 이렇게 말했다.

“대체로 과학자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사막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의 결론을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비는 아래에서 내린다.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사막이 되고, 초목이 자라지 못하는 게 아니라 풀과 나무가 사라졌기 때문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막은 인간이 만들었다. 인간이 모여 살며 나무를 베어 쓰러뜨려 건물을 짓고 사원을 지었기 때문이다. 농경지를 만들고, 착취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이다.”(233 -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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