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언어의 감옥에서
지은이 : 서경식
옮긴이 : 권혁태
펴낸곳 : 돌베개
『인도방랑』을 잡고 일본 여행가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찾았다. 〈길상작은도서관〉에 『동양기행 1·2」가 있었다. 먼 길을 마다않고 두 권의 책을 대여했다. 요즘 독서편력에서 가장 가까이하는 두 명의 저자는 고전인문학자 정민과 재일조선인 서경식이었다. 〈강화군립도서관〉의 서경식의 저작물은 거의 다 읽어갔다. 〈내가공공도서관〉에 그의 책 네 권이 있었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 『디아스포라 기행』, 『언어의 감옥에서』, 『경계에서 춤추다』. 상호대차 신청을 통해 두 권을, 에돌아가는 길을 발품을 팔아가며, 두 권을 마저 대여했다.
『언어의 감옥에서』는 한국에서 출간된 첫 번째 평론집 『난민과 국민 사이』(2005)에 이어 5년 만에 출간된 두 번째 평론집이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식민주의와 언어’는 계속되는 식민주의와 ‘언어 내셔널리즘’에 대한 깊은 비판 글이었다. ‘모어’는 태어나면서 어머니에게 받은 언어로 사람에게 가장 근원적인 언어였다. ‘국어’는 국가가 교육이데올로기를 통해 인민을 국민으로 만들어가는 수단이었다. 저자는 말했다. “구식민지 종주국인 일본에서 태어난 나는 원래는 모어여야 할 언어(조선어)를 이미 박탈당하고 과거 종주국의 언어를 모어로 해서 자라났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일본어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일본어로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일본어라는 ‘언어의 벽’에 갇힌 수인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2부 ‘인간을 끌어당기고 가르는 경계선’은 선線을 주제로 한 평론이었다. 제국주의가 그어버린 국경선으로 인해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다루면서 예시된 갓산 카나파니의 소설 「태양 속의 남자들」이 아프게 눈을 찔렀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쿠웨이트에 밀입국하려 탱크로리에 숨어들었다. 예상치못하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작열하는 사막의 달아오른 철제 탱크 안에서 난민들은 목숨을 잃었다. 저자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분단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글 ‘어느 재일조선인의 초상’은 책의 부제였다.
3부 ‘화해라는 이름의 폭력'은 일본 지식인의 사상적 퇴락을 비판한 글들이었다. 저자는 식민지 지배의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양비론으로 일관했던 일본 지성계의 리버럴 세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계속되는 식민주의‘를 지탱케 하는 일본 우파와는 또다른 기둥이었다. 2007년 일본에 소개된 박유하의 『화해를 위해서』에 일본 리버럴 세력이 환호했던 이유를, 박유하의 언설이 그들의 숨겨져 있는 욕구에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부 ’또 다른 만남‘은 최현덕 부산대 HK교수와의 인터뷰는 디아스포라 관점에서 바라 본 한반도 통일을, 옮긴이 권혁태와의 대담은 일본 국민주의와 리버럴 세력을 비판한 ’일본 바로알기‘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 다카야시 데쓰야(高橋哲哉, 1956 - )는 서경식을 이렇게 말했다. “‘일본 제국주의 지배의 산증인’이면서 그의 두 형인 서승, 서준식 사건을 통해서는 ‘전후 동아시아 냉전 체제의 산증인’이다. 식민지와 냉전은 재일조선인 서경식 사유의 원점이며 식민주의와 냉전주의에 맞서는 그의 비판과 싸움은 여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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