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캣콜링
지은이 : 이소호
펴낸곳 : 민음사
띠지의 2018년 〈제37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에 끌려 낯선 시인의 데뷔 시집을 손에 넣었다. 시인 이소호(1988 - )는 2014년 월간 『현대시』에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왔다. 5부에 나뉘어 50 시편이 실렸고, 해설은 장은정(문학평론가)의 「겨누는 것」이었다. ‘민음의 시 253’으로 출간된 시집은 표제부터 낯설었다. 캣콜링은 길거리에서 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언어적·육체적·시각적 성희롱을 뜻했다.
김수영문학상 심사위원들은 말했다. “시가 쓰여야만 했던 거센 에너지, 시인 내면과 외부의 세상 사이의 압력과 분출을 보여주는 유일한 응모작”이라고. 직설적으로 내뱉어지는 시어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시편들은 가부장제와 남녀차별, 성폭력 등 끔직한 일상성을 폭로했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등 가족과 사적인 영역까지 낱낱이 보여주었다. 화자로 등장하는 ‘경진’은 개명하기 전 시인의 이름이었다.
『캣콜링』의 정점은 4부 ‘경진 현대 미술관’의 시편들이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쉬린 네샤트, 니키 드 생팔, 실비아 슬레이, 트레이시 에민, 루이스 부르주아. 현대 여성미술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시편들을 미술작품처럼 배치했다. 사진, 그림,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폭력을 다층적으로 부딪치게 만들었다. 문학평론가는 말했다. “여성의 역사가 어째서 ‘폭력과 살해’의 방식으로만 직조되도록 현실에서 강제되는지에 대해 분노 어린 질문을 담아 읽는 자들에게 이소호는 시를 칼처럼 겨누고 있다.”고. 마지막은 「별거」(37쪽)의 전문이다.
마스카라로 서로의 음모를 빗었다 // 다리에 드리운 밤의 가지는 점점 깊어졌다 // 보푸라기처럼 닿으면 닿을수록 망가지는 우리 // 언제나처럼 // 사람한다는 말만 남고 우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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