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경계에서 춤추다

대빈창 2021. 12. 22. 07:30

 

책이름 : 경계에서 춤추다

지은이 : 서경식·타와다 요오코

펴낸곳 : 창비

 

『경계에서 춤추다』는 두 경계인의 왕복편지 스무 통을 담은 편지 모음집이었다. 재일조선인 지식인 서경식(徐京植, 1951 - )은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일본어를 모어母語로 가졌다. 일본 출신의 소설가 다와다 요코(多和田葉子, 1960 - )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독일에 살면서 독일어를 제2의 모어로 살아가는 이민 작가였다. 두 사람은 2007년 2월부터 11월까지 각각 10통의 편지글을 주고받았다. 일본잡지 『세카이世界』에 연재된 글들의 주제는,

 

집 / 이름 / 여행 / 놀이 / 빛 / 목소리 / 번역 / 순교/ 고향 / 동물

 

로 이에 대해 서로 생각을 주고받았다. 국적, 성별,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이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이었다. 이들의 사유는 삶과 사회, 예술을 융합하여 폭넓게 시야를 확장해 나가면서 경계를 넘나들며 춤추듯 했다. 서경식은 ‘여행’을 주제로 한 세 번째 편지에서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을 이렇게 말했다. “일본으로 가는 재입국신청서에 ‘여행목적’ 난이 있다. 그곳에 ‘거주’라고 기입해야 한다. 그리고 일일이 일본의 허가를 얻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거주’를 목적삼아 여행하는 자, 다시 말해 ‘난민’의 하나인 것이다.”(67-68쪽)

 

블라지미르 마야꼽스끼(1893 - 1930) / 마리아 굿깅 요양소 내의 ‘예술가의 집’일부 / 조반니 쎄간띠니 「알프스의 한낮」, 1892년 / 아베르캄프 「겨울풍경」, 1608년 / 베르메르 「류트를 켜는 여인」 1662 - 63년 / 백남준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조용하게 연주하다」중 일부 / 반 고흐 「씨 뿌리는 사람」 1888년 / 반 고흐 「밀 베는 사람」1889년 / 울름의 장인 「저주받은 연인」 1460 - 70년

 

책에 실린 9점의 도판이었다.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두 작가가 보여주는 사색의 폭과 깊이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랐는지 모르겠다. 나는 도판의 크기와 칼라가 많이 아쉬웠다. 서경식은 두 사람의 사유와 글쓰기 방식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고방식이나 이야기를 진행해가는 방식이 세로방향이 되는 경향, 그것도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향해가서 구멍을 파는 경향이 있지만 그녀는 그것을 가로방향으로 열어간다, ‘모으기’에 응하는 ‘흩어놓기’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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