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불국토를 꿈꾼 그들

대빈창 2021. 12. 21. 07:30

 

책이름 : 불국토를 꿈꾼 그들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문학의문학

 

나는 그동안 『삼국유사의 현장기행』(문예산책, 1995), 『사진과 함께 보는 삼국유사』(까치, 2000)를 잡았다. 『삼국유사1·2』(솔, 2008)는 책장에서 먼지만 뒤집어 쓴 채 하세월이다. 근래 들어 가장 즐겨 잡는 저자 중의 한사람 정민의 삼국유사를 풀어 쓴 책이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신화, 문학과 종교를 넘나드는 『삼국유사三國遺事』의 특별한 가치는 오랜 세월 기억 저편에 묻혔었다. 뒤늦게 재조명되어 1972년 완역되었고, 2003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고전인문학자 정민은 말했다, “황당한 이야기 속에 진실이 숨 쉰다. 상상력의 보물창고이자 우리문화의 비밀을 푸는 짚코드(zip-code)"라고.

『불국토를 꿈꾼 그들』(2012)은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도깨비 대장 비형랑’은 귀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도깨비 비형랑을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아버지 용춘龍春과 동일인으로 추정했다. 2부 ‘귀신을 물리치는 주술사들’은 새롭게 일어난 불교가 어떻게 재래신앙을 견인하는지를 원광법사를 통해, 밀본·혜통·명랑법사의 밀교 주술이 신라사회에서 중심 교리의 하나로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3부 ‘서동과 선화, 미륵 세상을 꿈꾸다’는 2009년 1월 익산미륵사지 서탑을 해체보수하면서 사리봉안기가 발견되었다. 194글자의 기록은 백제 최대사찰 미륵사지의 창건자와 창건연대, 내력을 알려주었다. 기록에 따르면 무왕과 함께 미륵사지를 창건한 인물은 선화공주가 아닌 백제귀족 사탁적덕(沙乇積德)의 딸이었다. 고전인문학자는 이렇게 유추했다. 선화공주는 무왕과 미륵사 창건을 추진했다. 완공 전에 세상을 떴기에 완공당시 왕후였던 사탁의 이름이 사리봉안기에 기록되었다. 선화공주는 의자왕의 생모였다.

4부 ‘불국토의 중심축, 황룡사 9층탑’은 황룡사가 창건되고 장륙존상이 모셔지고, 9층탑이 솟기까지 92년이 걸렸다. 이어 대종 주조까지 200년이 걸리는 과정은 신라불교 흥망성쇠의 자취였다. 5부 ‘산속의 두 수행자’의 광덕과 엄장,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관기와 도성은 신라 민중으로 퍼져나가는 불교를, 6부 ‘점찰신앙, 뼈를 부수어 서원을 세우다’는 사복蛇福, 지혜智惠 비구니, 원광圓光, 진표眞表 율사, 영심永深·심지心地 스님의 점찰신앙이 세속의 복과 일신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당대 신라 불교의 폐단을 깨뜨려 민중들에게 호응받는 과정을 그렸다.

7부 ‘거리로 뛰쳐나온 승려들’은 원효元曉, 혜공惠空, 대안大安은 거리에서 민중들과 뒤엉켜 생생한 불교의 포교에 앞장섰다. 8부 ‘오대산의 오만진신’은 오대산은 문수보살 신앙의 성지로 자장은 창시자, 보천과 효명을 계승과 완성자로 보았다. 8부 ‘깊은 산속 독경소리’는 영취산의 낭지와 연회 스님, 백제 혜현, 고구려 파약, 신라 연광 스님의 수행은 속세와 인연을 끊고 깊은 산중으로 피해 숨은 스님들이었다. 10부 ‘대나무에 대한 기억’은 만파식적萬波息笛, 죽지랑竹旨郞, 죽엽군竹葉軍을 통해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통해 위기와 시련 앞에 선 신라인의 결기를 보여주었다.

11부 ‘당나귀 귀 임금님의 속사정’은 제48대 경문왕 응렴應廉에 대한 기록이다. 잠자리에 몰려든 뱀 떼는 정변에서 왕을 지키려는 수호세력으로서 국선 응렴 시절의 낭도였다. 잘 때마다 온 가슴을 덮는 혀는 지혜의 상징인 장광설長廣舌의 은유로 보았다. 신라 하대下代의 정치적 불안정은 경문왕 재위 14년 동안 세 차례의 반란이 일어날 정도였다. 경문왕은 자신의 지혜와 경륜을 감춰두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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