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자산어보
지은이 : 정약전·이청
옮긴이 : 정명현
펴낸곳 : 서해문집
『자산어보』는 〈서해문집〉의 ‘오래된 책방’ 시리즈 2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당연히 지은이는 손암 巽庵 정약전(丁若全, 1758-1816)으로 알고 있었다. 표지의 지은이는 정약전·이청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섬사람 장창대(張昌大, 1792-?)를 잠깐 떠올렸다. 정약전·정약용 형제는 신유사옥(辛酉邪獄, 1801년)으로 전남 완도 신지도와 경북 포항 장기로 유배되었다. 그해 9월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이배되었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유배를 살면서 흑산도 근해의 해양생물을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해양생물학 백과사전이다.
『자산어보』는 3권1책으로, 1권은 저작 동기와 저작 과정, 효용성을 밝힌 정약전의 서문과 인류鱗類(비늘 있는 어류, 20류 72종), 2권은 무린류無鱗類(비늘 없는 어류, 19류 43종), 개류(介類, 껍데기가 있는 어류, 12류 66종), 3권은 잡류(雜類, 기타 해양생물류, 해충海蟲 4종, 해금 海禽 5종, 해수海獸 1종, 해초海草 35종)로 구성되었다. 표제어로 명기한 해양생물은 총 55류 226종을 담았다. 『자산어보』의 서술 방식은 먼저 해당 생물의 명칭을 표제어로 제시하고, 그 뒤에 속명俗名, 크기, 형태, 색, 외형적 특징, 생태, 맛, 이용법, 어획 시기, 어획 방법, 섬사람의 경험담, 문헌 고증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천해川蟹(속명 진궤眞跪) 참게’(134쪽)은 유일한 민물생물이었다. ‘가산호假珊瑚 뿔산호류’(187쪽)는 동물인데 식물로 이해했다.
옮긴이는 『자산어보』가 손암 정약전과 청전靑田 이청(李청, 1758-1861)의 공동저술이라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정약용은 강진 유배시절 1806년 가을부터 1808년 초봄까지 이청의 집에 머물렀다. 이청은 어린 시절부터 정약용에게 학문을 익히면서 저술 활동에 참여하였다. 다산이 해배되고 경기 마현 본가로 왔을 때 이청도 따라서 올라왔다. 유배지에서 흑산도의 형과 서신을 왕래하던 정약용은 그의 제자 이청에게 『자산어보』의 문헌고증 부분을 집필케 했다. 원문의 ‘청안청安’으로 시작되는 대목은 이청의 ‘안설安設’을 의미했다.
이청의 보완은 1822년 이후에 시작되었다. 따라서 『자산어보』의 완성도 지금 알려진 시기(1814년)보다 8년이 더 지난 뒤에 완성되었다. 정약전은 우이도(1801-1806)에서 흑산도(1806-1814)로, 다시 우이도로 건너왔다. 이는 다산의 유배가 풀릴 조짐이 보여, 동생이 험난한 바다를 건너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형제는 이승에서 다시 만나지 못했다. 손암은 1816년 우이도에서 5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옮긴이는 『玆山魚譜』를 ‘자산어보’로, 아니면 ‘현산어보’로 읽어야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자산어보』로 못 박았다. 가장 근본적인 근거로 『玆山魚譜』의 서문 첫 부분을 들었다.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다. 나는 흑산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데, 흑산이라는 이름은 어두운 느낌을 주어서 무서웠다. 집안사람의 편지에서는 번번이 흑산을 자산이라 표현했다. ‘자玆’ 역시 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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