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지상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
지은이 : 김병호
펴낸곳 : 푸른숲
책술에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을 꺼내 들었다.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펴낸 책은 1998. 8. 한 달 만에 3쇄를 찍었다. 책술에 인천 부평 한겨레문고의 심벌마크가 파란잉크로, 1998. 9. 2. 구입 날짜가 붉은 잉크 고무인으로 찍혔다. 지상이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를 때 나는 버스를 타고 대처에 나가 책을 손에 넣었다. 『우리 문화 대탐험』(황금가지, 1997)의 여운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지상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은 현대문명과 단절된 채 민족 고유의 생활방식을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문화탐사기였다. 티베트 고원, 살윈강 유역, 동남아 - 황금의 삼각지대, 인도의 아삼 지대, 4개의 장으로 나뉘어졌다. 29개 소수민족의 삶과 죽음, 종교와 제의, 성의식과 결혼 등 문화인류학적 탐사였다. 3인의 탐사팀은 사라져가는 소수민족의 문화를 발굴, 보존한다는 취지로 장장 2만㎞의 오지를 악전고투 속에 강행군했다.
1장 ‘살윈강의 시원을 찾아서 중국으로’는 천장(天葬, 조장鳥葬)을 지내는 티베트족, 끊는 물에 오래 참는 총각이 처녀를 차지하는 두룽족, 누강의 물소리를 뚫는 휘파람 언어의 누족, 열세 살에 자유연애를 허용하는 리수족, 헤드 헌팅(Head Hunting)의 와족, 사랑을 쟁취하려 치욕을 참는 애니족, 아버지를 모르는 모계사회 모수오족, 골무를 던져 짝을 찾는 바이족, 자유연애지상주의자 진허족까지.
2부 ‘미얀마, 시간이 멈춰버린 땅’은 성姓 없이 이름만 있는 파오족, 부족장이 주는 차를 마시면 이혼절차가 끝나는 통유족, 해발 9백 미터의 큰 호수 ‘인레’호수에 사는 인다족, 11-12세에 문신을 새기는 타이야이족, 아들의 신부를 돈을 주고 사와서 강제 결혼시키는 파롱족까지.
3부 ‘타이, 황금의 삼각지대를 찾아서’는 전 남편 자식도 다다익선 야오족, 고구려 유민의 후예 라후족, 60대 이상 조상 이름을 암기하는 아카족, 남자는 아편쟁이· 여자는 평생 노동의 노예 먀오족, 성을 공유하는 므라브리족, 아들을 낳으면 구박받는 타이족, 여성의 목에 쇠고리를 끼워 늘이는 파동족, 근친상간하는 자를 죽이는 라와족, 처녀가 죽으면 천국에 갈 수 없는 카렌족까지.
4부 ‘ 인도, 베일에 감춰진 금단의 땅’은 우리와 같은 줄다리기와 씨름을 하는 나가족,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자인티야족, 고인돌(支石墓) 장례 풍습을 지녔던 카시족, 장인이 죽으면 장모를 아내로 맞아 부녀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가로족까지.
「머리말」에서 인류의 마지막 고향을 스스로 파괴하는 현대 산업문명에 대해 탐사팀은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나는 행간에서 군사독재의 잔재가 남은 반공이데올로기에 찌든 이념적 편향성에 쓴웃음을 지었다. 탐사팀은 UN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수석고문관, 대학교수, 유명신문 기자 출신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의 엘리트의식과 터무니없는 자기과시가 불편했다.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를 고발하고, 아내가 남편을 고발해야 하는 중국의 공산주의 사회(42쪽)
모처럼 외국에 나와 눈으로 보는 것만 즐기는 관광객들에게는 흥미없는 곳(143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마간산식 관광을 즐기기 때문에 1박2일 정도면 충분한 관광이 될 것(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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