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지은이 : 서경식·노마 필드·카토 슈이치
펴낸곳 : 노마드북스
도쿄게이자이대학東京經濟大學은 2004년도부터 ‘21세기 교양 프로그램’을 발족시켰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공생공존’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인문교양’을 습득하는데 있었다. 서경식(徐京植, 1951 - ) 교수 주체로 2003년 7월 12일에 가토 슈이치 박사, 노마 필드 교수 두 명을 강사로 초빙해 〈‘교양’의 재생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가졌다.
『교양, 모든 것의 시작』의 1장은 서경식의 강연 내용을, 2장은 카토 슈이치, 3장은 노마 필드의 강연 기록을 수록했다. 4장은 서경식과 카토 슈이치의 〈일본 NHK 제2라디오 방송 대담〉을 실었으며, 5장은 교양에 대한 서경식의 견해를 담았다. 나의 요즘 독서편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자는 ‘재일조선인의 양심’ 서경식이었다. 가토 슈이치(加藤周一, 1919 - 2008)는 20세기 일본 최고 지성으로 참여지식인이었다. 얼마 전 그의 자서전인 『양의 노래』를 잡았다. 노마 필드(Norma Field, 1947 - )가 생소했다. 그는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도쿄에서 자랐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일본문학을 강의하는 유명한 여성학자였다. 노마 필드의 가장 알려진 저서는 에세이집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할머니의 나라』가 있었다.
서경식은 현재 인문교양이 온전한 가치로 버텨나가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아니’라고 대답했다. 가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문교양의 재생을 고민했다. 카토 슈이치는 인문교양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이 실용주의를 찾아 과학적 기술과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것들에 가치를 두었다. 여기서 인간은 스스로 사고하기를 멈추고 기계화·야만화 되어가고 있었다. 노마 필드는 인문교양 부재의 결과가 전쟁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문교양을 고양시켜야했다. 이는 타자에 대한 관심과 상상력이 필요하며,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참여해야 가능했다.
헬조선 한국사회는 ‘인문학의 죽음’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약육강식·적자생존·승자독식의 처철한 밀림의 법칙이 통용되는 이 땅에서 대학은 효용성의 가치에만 매달렸다. 신자유주의의 첨단을 걷는 한국은 모든 업적을 수치화하고 평가하며, 낙오자는 무자비하게 도태되었다. 인정사정없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에서 모든이는 노예로 기능을 수행할 뿐이었다. 기계화·야만화된 인간은 삶의 목표를 상실했고, 좌표를 잃어버렸다.
카토 슈이치는 말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좋을 지 방향을 모르면 권력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운전사로 변할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해서든 여러분 자신이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인문적 교양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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