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할머니들이, 고양이는 열흘이 지나야 눈도 뜨고 배도 뜬다고 했어”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열흘 전에 잡았습니다. 스마트폰의 초점을 맞추는 나를 새끼가 올려다 보았습니다. 노순이가 일곱 배 째 새끼를 해산한 지 이십일이 지났습니다. 여섯 배 째 얼룩이와 같이 달랑 한 마리입니다. 아직 새끼의 이름을 짓지 않았습니다. 작명은 새 주인의 몫이 되겠지요. 마음속으로 나는 어미를 빼닮은 새끼를 노랑이라고 불렀습니다. 노랑이는 주문도저수지 아랫마을 꽃동네로 분양될 예정입니다.
여섯 배 째 새끼 얼룩이를 낳은 지 넉 달 만에 노순이는 일곱 배 째 새끼를 순산했습니다. 벼베기하랴, 김장채소 다듬으랴, 끝물고추 수확하랴 정신없는 뒷집 형수는 노순이가 새끼를 농기계창고에 낳은 것을 알면서도 어미와 새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부엌에 들어와 밥을 먹고 새끼의 젖을 물리러 가는 노순이의 뒤를 밟아 열흘만에 새끼를 거두었습니다. 광방의 창문 아래 종이박스로 육아실을 마련했습니다. 세상에 나온 지 열흘이 지난 새끼는 이미 눈을 떴습니다.
얼룩이는 낯가림이 심해 나의 그림자만 보여도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녀석은 어느새 몸피가 어미만합니다. 노순이는 얼룩이가 근처에도 못 오게 단도리가 심합니다. 배가 불러오면서 정을 떼어놓으려 일부러 얼룩이를 구박했습니다. 어리광을 부리거나 보채는 얼룩이의 얼굴을 깨물거나 앞발로 할퀴었습니다. 얼룩이는 그것이 무척 서운했겠지요. 녀석은 어미젖을 혼자 독차지하고 자라 그런지 먹을거리에 집착이 강했습니다. 국거리로 물에 불리는 미역을 다 건져먹었다고 형수가 혀를 끌끌 찼습니다. 얼룩이의 식탐은 미련한 놈 재순이 못지 않았습니다.
노랑이가 보고 싶어 뒷집으로 향했습니다. 노순이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습니다. 새끼가 눈을 뜨자 한시름 내려놓은 노순이는 육아실을 벗어나 빨빨대고 바깥으로 나돌았습니다.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새끼를 품에 안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눈길이 마주치자 노순이는 앙칼진 울음소리를 내며 앞발로 새끼 몸뚱이를 감싸 안았습니다. 어미의 새끼에 대한 보호 본능이겠지요. 노랑이는 어미 없이 종이박스에 혼자 잠들어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눈을 뜬 노랑이가 어미를 찾는지 보채는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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