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가 내 방 책장 앞에서 뒹굴뒹굴 혼자 놀고 있다. 녀석은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났다. 노랑이는 어미 노순이를 빼닮았다. 노순이를 이뻐하는 뒷집 형수가 그래서 노랑이를 더 챙기는지 모르겠다. 노랑이를 꽃동네에 분양하지 않고 뒷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내가 짓고 혼자서 불렀던 이름을 녀석에게 붙였다. 나는 노랑이를 보러 하루 두세 번 발걸음을 했다. 녀석은 하는 짓이 순해 정이 갔다. 노랑이가 보이지 않아 서운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디선가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현관 로비에서 노랑이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구라탕에 굴을 쪼러 나가는 형수를 데려다주고 온 뒷집 형이 노랑이를 우리집에 데려다놓았다. 새끼 고양이와 반시간을 놀았다.
앙칼진 얼룩이는 강화도의 미꾸지고개 방앗간에 분양되었다. 정미소는 택배용 종이 상자를 창고가득 들였다. 쥐들이 쏠아 크게 손해를 보았다고한다. 극성이라면 한 몫하는 얼룩이가 본때를 보일 것이다. 사나운 얼룩이가 어미한데 배운 데로 쥐들의 천적으로 군림할 것이다. 노랑이를 보러 뒷집에 갔다. 부부가 구석구석 무언가 뒤지고 있었다. 새끼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히 노랑이는 이틀 만에 나의 눈에 띄어 집으로 돌아왔다. 노순이가 자꾸 새끼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나는 어미가 새끼에게 쥐 잡는 법을 가리켜준다고 여겼다. 노순이는 밖으로 돌며 쥐나 참새를 잡아 새끼 앞에 놔주었다. 형수의 생각은 달랐다. 얼룩이가 보이지 않고부터 새끼를 사람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 감춘다고 했다.
노랑이는 얌전하고 순했다. 어미와 붙어있는 녀석을 품에 안으면 노랑이는 얼굴을 나의 가슴에 파묻었다. 녀석은 자라면서 어미처럼 주인이 집을 비우면 우리집으로 달려와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를 것이다. 노랑이는 외톨이로 태어나 자라서 그런지 혼자 잘 놀았다. 책장 앞에서 녀석이 몸을 이리저리 뒹굴며 재롱을 떨었다. 벌써 세 번째였다. 어둠이 가시지않은 첫배로 뭍에 나가며 뒷집형수가 걱정했다. 어제 점심 무렵부터 노랑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뒷집 광문을 밀쳤더니 노순이가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밖으로 나서는 녀석의 뒤를 밟았다. 텃밭을 덮은 농기계창고 지붕의 모서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노순이가 그곳으로 사라졌다. 나는 텃밭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서서 창고로 들어섰다. 부직포와 비닐호스가 어지럽게 쌓인 구석에 어미와 새끼가 있었다. 나는 노랑이를 안고나와 보일러 온기가 따뜻한 광에 풀어주었다. 영리한 노순이는 새끼 울음을 듣고 우리집에 달려와 광문을 열어달라고 냐 ~ 옹! 말뜻을 전할 것이다.
사나흘 뒤였다. 뒷집 고양이 모녀가 또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창고에 들어섰다. 어미는 보이지않고 새끼 혼자서 놀고 있었다. 노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내 방에 내려놓았다. 녀석이 발톱으로 비닐장판을 긁어댔다. 모래로 변을 덮으려는 고양이 특유의 예비 행동이었다. 노랑이를 밖에 내놓으려 다가서니 벌써 뒤를 보고 있었다. 물티슈로 변을 닦아냈다. 녀석은 오줌까지 누웠다. 노랑이와 두 시간을 내 방에서 놀았다. 녀석이 아무 탈없이 하늘이 부여한 生을 온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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