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다.

대빈창 2022. 1. 3. 07:30

 

주문도注文島는 아뢸 주奏, 글월 문文을 써서 주문도奏文島라 불렀었다. 조선조 임경업林慶業 장군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한양의 임금에게 하직의 글을 올렸다는데서 유래했다. 강화군 서도면西島面소재지로 사람 사는 4개 섬 볼음도, 아차도, 말도의 주도主島이다. 강화도江華島에서 서해 바다로 14.5㎞정도 떨어졌다. 면적은 4.55㎢이고, 해안선 길이는 13.0㎞의 작은 섬이다.

섬은 가오리 모양으로 최고봉은 섬 북쪽의 봉구산(烽丘山, 147m)이다. 섬의 산줄기는 동북에서 서남으로 이어졌다. 섬의 동남과 북서에 논이 제법 넓게 분포하고, 간척사업으로 해안선이 단조롭다. 자연부락은 봉구산 남사면의 진말과 북쪽 해안에 대빈창 마을이 들어섰다. 화도 선수항에서 출항하는 정기여객선이 왕복 운항한다. 섬의 인구는 통계상으로 360여명으로 잡혀있으나 실제로 섬에 거주하는 사람은 250여명이다.

나는 그동안 새해첫날 일출을 봉구산 정상이나 앞장술 해변에서 맞이했다. 작년 3월, 화도 선수항과 주문도 살꾸지항 직항노선이 개통되었다. 기존의 볼음도와 아차도를 기항하는 1시간 20분이 소요되는 배 시간을 40분으로 앞당겼다. 대기의 푸른 기운이 가시기 시작했고 나는 차의 엑셀을 밟았다. 대빈창해변 가는 언덕 위 하얀 집에서 살꾸지항까지 10여분이 걸렸다. 객선이 턱주가리를 내려놓는 선창 끄트머리에 차를 세웠다. 물때는 다섯물로 바닷물이 빠르게 썰고 있었다.

살꾸지 선창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내해內海 같았다. 왼쪽으로 석모도의 해명산 자락이 바다에 발을 담그고 어류정항이 8시 방향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10시 방향의 산줄기는 강화도의 진강산 자락이었다. 11시 방향에 우뚝 솟은 산은 강화도의 최고봉 마니산이었다. 정면에 인천 앞바다 섭들이, 낮은 산줄기가 출렁출렁 물결이 이는 것처럼 2시 방향까지 이어졌다. 오른쪽은 살꾸지가 화살처럼 뻗어나가 시선을 막았고, 무인도 수시도가 화살촉처럼 곶 끝에 한 방울 바다에 떨어졌다. 코로나시대, 보기 힘든 비행기 한 대가 인천공항에서 떠올라 정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왔다. 갈매기 한 마리가 외롭게 선창을 선회하고 있었다.

선창에는 서너 대의 승용차가 서있고, 해돋이를 찍으려는 대여섯 사람이 서성거렸다. 바다건너 정면 낮은 산줄기 위에 3 - 4겹의 가느다란 구름 띠가 주황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기운이 점차 산줄기 좌우로 붉게 퍼지면서 새해 첫날 둥근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은 7시 50분이었다. 화도 선수항에서 출항하는 새해 첫배가 막 이물을 돌렸을 것이다. 쓸려가는 바닷물과 갯벌을 적시고, 온누리에 환하게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黑虎) 해였다. 천간天干의 아홉 번째 글자 壬임이 검은색에 해당된다. 임인년 새해는 나의 환갑還甲이었다.  2021년 이철수 판화달력을 걷어내고, 2022년 신영복 붓글씨달력을 드러냈다. 달월을 가리키는 숫자아래 《禁酒》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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