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대빈창 2022. 2. 9. 07:30

 

책이름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은이 : 로라 대소 월스

옮긴이 : 김한영

펴낸곳 : 돌베개

 

‘21세기 진보주의자의 이상적 자아상’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 - 1862)는 그동안 자연주의자로 알려졌다. “내가 찾는 소로는 어느 책에도 담겨 있지 않았고,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다.” 미국의 인기작가 로라 대소 월소는 그동안 소로의 출간된 글과 미출간된 글 모두를 섭렵하여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소로를 되살렸다. 소로와 그의 가족, 친구, 마을, 삶, 사유, 저작에 대한 정밀묘사로, 소로의 뜻을 후대에 전하는 장대하고 친절한 평전이었다. 월스는 모든 텍스트에 대한 새로 보기를 통하여 그의 생애와 모순,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는 현재성을 추적했다.

소로는 19세기 대표 지성인이었고, 20세기 미국 정신문화의 기초자였다.는 한 시대의 끝이자 다음 시대의 시작을 목격했다. 후대인들은 화석연료가 세계경제를 극단으로 몰고 간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불렀다. 소로는 ‘노예를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메인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의 털가죽과 거북의 껍질을 벗겨 유행하는 모자, 값비싼 모피 코트, 세련된 빗을 파는 것에 항의’(22쪽)했다. 우리는 지금 갖은자와 가난한 자의 극단적 불평등, 지구생태계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소로는 환경주의자를 넘어 자연과학자, 박물학자, 반인종차별주의자, 반제국주의자, 반자본주의자, 사회개혁가로 다양한 성취를 이루었다. 그는 생태학 개념이 생기기 전에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의 체계를 일군 생태과학의 개척자였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미국에서 최초로 접한 자연과학자였다. 소로는 헌법이 인종을 차별하고, 노예제를 보장하고, 약소국을 침략하고, 여성의 평등을 막는다면 그건 헌법이 아니라고 투쟁했다. 그는 노예를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시켰고, 전쟁을 벌이는 정부에 맞서 세금납부를 거부한 반전주의자였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서서 국가 폭력에 저항한 시민운동가였다.

소로는 외쳤다. “인간이 천박하다면 아름다운 자연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의 다양하고 깊은 사유와 실천은 후대에 마틴 루터킹, 마하트마 간디, 레프 톨스토이 등 수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쳤다. 44세의 이른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소로는 임종 때 말했다. 낙엽은 “우리에게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사람들은 (···) 단풍처럼 무르익어 우아하게 내려앉는 때가 언제 도래할지 궁금해한다. 인디언의 여름처럼 평온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몸을 떨구고, 머리리카락과 손톱마저 땅에 떨구는 그 순간이.”(671-672쪽)

정성스런 편집이 한눈에 들어오는 807쪽 두께의 양장본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손에서 놓기까지 5일이 걸렸다. 나는 그동안 소로의 저작으로 『월든』(이레, 2004), 『시민의 불복종』(은행나무, 2011), 『소로우의 강』(갈라파고스, 2012), 『소로의 메인 숲』(책읽는귀족, 2020)을 잡았다. 네 권의 앞선 독서가 소로의 평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소로는 『월든』의 속표지에 자신의 모토를 새겼다. “나는 낙담의 시를 쓰지 않겠노라, 이웃들을 일깨울 수 있다면, 아침마다 홰에 올라 울어대는 수탉처럼 기운차게 외치리라.”(490쪽) 

소로는 하버드를 졸업한 무렵 세례명 ‘데이비드 헨리’를 뒤집어 자신이 좋아하는 ‘헨리 데이비드’로 이름을 바꾸었다. 눈에 익은 표지 사진은 해링턴가 16번지에 있는 D, 맥스햄 사진관에서 장당 16센트에 찍은 은판사진이었다. 소로는 옷매무새나 헤어스타일을 꾸미지 않았다. 머리는 까치가 집을 지을 정도였고, 나비넥타이는 균형이 맞지 않았다. ‘골웨이 수염’은 제멋대로자라 엉클어졌다. 그시절 한쪽 귀에서 턱을 거쳐 반대쪽 귀까지 수염을 기르면 목을 따뜻하게 해서 폐병을 예방할 있다고 믿었다. 마지막은 소로의 초기시 「인생은 그런 것」(142쪽)의 부분이다.

 

나는 헛된 노력을 동여맨 꾸러미 / 우연히 하나로 묶였다네, / (···) / 뿌리 잘린 제비꽃과 / 그 틈새에 섞인 수영꽃, / 밀짚 한 가닥에 동여맨 다발 / 여린 가지들을 도르르 묶은, / 그 법칙에 / 내가 묶여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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