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대빈창 2022. 2. 7. 07:30

 

책이름 :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지은이 : 나카지마 아쓰시

옮긴이 : 명진숙

펴낸곳 : 다섯수레

 

먼저 출판사 이름이 눈에 뜨였다. 당唐나라 시인 두보의 ‘男兒須讀五車書’의 시구였다. 故 신영복 선생이 오랜 영어에서 풀려나, 친구의 부탁을 받고 한자로 ‘五車書’를 써왔다. 도서출판 《다섯수레》의 대표 김태진(81)은 현역 최고령 출판인이었다. 그는 1975년 동아일보 해직 사태로 언론계를 나와 출판사를 차렸다. 30여 년 간 ‘다섯수레’의 대표를 맡아 500여종의 아동도서를 펴냈다. “우리 국민의 평균 독서량이 일 년에 10권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이 책을 안 보는 데는 부모의 영향의 큽니다. 우리의 미래인 모든 어린이들이 다섯수레만큼 책을 읽을 데까지 열심히 다양한 책을 만들겠습니다.”

도서출판 《 다섯수레 》는 척박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30년 이상 고집스럽게 아동도서 출판의 외길을 걸었다. 그중 여러 권의 인문서가 포함되었는데 『사람아 아, 사람아!』(1991)와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1993)은 故 신영복 선생의 손길이 묻었다. 두 권의 책은 선생이 옥중에서 읽고 감명을 받아 출감 후 다섯수레에서 번역·출간하였다. 나는 그 시절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을 손에 넣었다. 읍내 서점에 주문한 책 중 한 권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며 만난 이에게 빌려 준 책은 돌아오지 못했다.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개정판9쇄가 발행되었고 나는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이렇게  책을 펴들었다.

250여 쪽에 불과한 부피지만 책의 편집에 많은 수고를 쏟았다. 고급스런 속표지와 46판 크기의 문고판은 손에 들기에 편했다. 추천글로 故 신영복 선생의 「인간은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오고 역사 속으로 걸어간다」가 서두에 실렸다. 이철수 판화 그림은 책을 한껏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주註 풀이’로 중국고전에 어두운 독자들의 눈을 밝혔다. 마지막은 명진숙의 「열기에 휩싸였던 감동적인 만남」이 역자후기였다. 일본의 천재작가 나카지마 아쓰시(中島敦)는 33살에 요절한 불우한 작가였다. 그는 생전 20여 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이능」과 「제자」 두 편만 중편이고, 나머지는 모두 단편이었다.

책은 대표작모음집이었다. 「산월기山月記」는 당唐나라 시인 이징의 정신세계와 시혼詩魂의 비극을 묘사했다. 「명인전名人傳」은 조趙나라의 명궁 기창의 불사지사不射之射의 경지를 이루는 과정을 그렸다. 기창은 마지막에 활을 보고, 이름도 모르며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지를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자弟子」는 노魯나라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주인공으로 스승을 모시고 세상사를 헤쳐 나가는 그의 인간관계를 다루었다. 「이능李陵」은 한漢나라가 흉노와의 싸움에서 포로가 된 비운의 장수 이능의 일대기였다. 사마천은 이능을 변호하다 궁형宮에 처해지는 치욕 속에 『史記』를 완성했다. 절의節義의 대명사 소무는 흉노의 포로가 되어 무인지경의 황무지에 유폐되었으나, 19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갔다. 작품들은 읽는이에게 중국의 고전 인물을 소재로 하여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반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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