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사람아 아, 사람아!
지은이 : 다이허우잉
옮긴이 : 신영복
펴낸곳 : 다섯수레
신. 영. 복. 이름 석자가 다시 책을 집어 들게 했다. 90년대 중반, 나는 읍내 서점에서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과 『사람아 아, 사람아!』를 손에 넣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나는 책을 펼치지도 못했다. 어언 25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재출간된 책을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주문했다. 그리고 두 권의 책을 연이어 펴들었다. 『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은 요절한 일본의 천재작가 나카지마 아쓰시의 중·단편 소설모음집이었고. 『사람아 아, 사람아!』은 중국작가 다이허우잉의 장편소설이었다.
다이허우잉(戴厚英, 1938 - 1996)은 안후이성 잉상현 화이허강 북안의 작은 시골에서 7남매의 넷째로 태어났다. 그는 집안에서 최초로 학교에 들어간 딸이었고 최초로 대학 교육을 받았다. 1956년 상하이의 화둥 사범대학 중문학부에 들어갔다. 가난 때문에 택한 사범대학이었다. 1960년 상하이 작가협회 문학연구소에 배속되어 문예평론을 발표했다. 그녀는 문화대혁명 초기 좌편향노선을 밟았다. 1968년 5·7간부학교에서 ‘검은 시인’ 원제를 만나면서 비극적인 사랑으로 반혁명분자로 몰려 고난을 겪었다. 다이허우잉은 『사람아 아, 사람아!』로 중국 현대 휴머니즘 문학의 대표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불행하게 고향 은사의 손자에 살해되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의 문화대혁명이었다. 주요 등장인물 11명이 각자 자신의 1인칭 서술로 자신의 회한을 술회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 자신의 통절했던 체험이 만들어낸 인물로 성격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다. 주인공 허징후는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C대학 서기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뒤 반혁명분자로 몰렸다. ‘백가쟁명’의 시작으로 문화대혁명의 전조였다. 허징후는 인민 속에서 10여년을 방랑한 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그가 사랑했던 쑨웨는 소꿉동무 자오전환과 결혼했다. 결혼은 순탄하지 못했고, 사랑대신 택한 편의와 도피의 결혼생활은 깨졌다. 그녀는 홀로 딸을 키우며 과거의 기억과 앞으로 펼쳐질 인생 사이에서 여전히 방황 중이었다. 자오전환은 자신이 매몰차게 버렸던 쑨웨를 그리워하며, 두 번째 결혼도 파탄났다.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다. 허징후와 쑨웨는 결혼을 앞두었고, 자오전환은 사랑하는 딸 한이를 만난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젊은 시절 나의 문화대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역사상의 계급투쟁이 사회주의 조건 아래에서 특수한 형태로 남아있는 계급투쟁의 잔여 형태’(510쪽)로 좌편향이었다. 즉 문화대혁명을 거대한 사회적 실험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사회주의 인간형의 모범생 뇌봉(1940 - 62)의 삶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가.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 나는 문화대혁명(1966 - 1976년)을 10년 기간의 '집단적 광기'로 중국적 홀로코스트로 바라보았다. 문화대혁명으로 아사자, 실종자, 노동농장에서 죽은 사람이 1억 명이 넘었다. 작가 다이허우잉은 거대한 역사에 휩쓸렸던 인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일떠세우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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