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녹색평론 통권 181호

대빈창 2022. 2. 28. 07:30

 

책이름 : 녹색평론 통권 181호

지은이 : 녹색평론 편집부

펴낸곳 : 녹색평론사

 

그동안 군립도서관 대여도서에 매달렸다. 새해 들어 밀린 『녹색평론』을 잡기 시작했다.  전년도 하반기  6개월 세 권이 책장 구석에 쌓여있었다. 새해부터 하루 24시간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었다. 30주년 기념호 통권 181호 소포는 유난히 부피가 컸다. 『녹색평론』 창간호와 증정도서 『케스 - 매와 소년』이 함께 묶여 배달되었다. 아! 김정현 발행·편집인의 B5 용지에 빽빽하게 실린 ‘휴간 공지문’이 책갈피에  끼어 있었다. “저희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는 〈녹색평론〉이 우리 사회에서 유의미한 구실을 계속해나가기 위해서는 ······"

1991년 11월 창간하여 생태·인문잡지의 새 지평을 열었던 『녹색평론』이 창간 30주년 기념호를 내고 휴간에 들어갔다. 그동안 『녹색평론』은 단 한 호의 결호도 없이 181호까지 발행되었다. 30주년 기념호에는 『녹색평론』의 전 발행인·편집인이었던 故 김종철(1947-2020) 선생의 글이 실렸다. 「뿌리에서부터 질문하기」는 창간호·창간 1주년· 창간 10주년· 창간 20주년 기념호에 실렸던 권두언을 모은 글이었다.

흔히 알고 있듯이 『녹색평론』은 단순한 생태환경 잡지가 아니었다. 30년동안 『녹색평론』은 "우리가 산다는 게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맞게 사는 것인가?"라는 코페르니쿠스적 문명의 대전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한때 발행부수가 1만부에 달하던 잡지는 이제 4,000명으로 줄었다. 극악한 천민자본주의에서 『녹색평론』은 오로지 정기구독자와 후원회원의 힘으로 운영되었다. 평화학·여성학자 정희진은 말했다. “세월호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돈과 욕망 추구, 파렴치한 ‘한강의 기적’의 현재 진행형이다. 아니, ‘한강의 기적’은 어불성설이고, 이 말이 좋은 의미라 할지라도 노동자가 만든 현실이지 기적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현대사에 기적이라 할 만한 사건이 있다면, 〈녹색평론〉의 존재일 것이다.”

-  책 리뷰는 세 번째였다. 첫 번째 글은 통권100호로 나는 2008년 5 ~ 6월호부터 정기구독했다. 두 번째 글은 통권 121호(2011년 11 ~ 12월호)로 녹색평론 출간 20년이 되는 해였다. 통권 160호(2018년 5 ~ 6월호)는 내가 정기구독과 후원회원으로 녹색평론을 만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해였다. 새로 구입한 1열 6칸 책장의 3칸에 녹색평론이 쌓였다. 뒤늦게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하고 후원회원이 되었지만 온전한 삶을 사는 그날까지 녹색평론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녹색평론 』 통권 160호 리뷰의 첫 단락이었다. 김종철 선생이 돌아가신 후 1년간 『녹색평론』을 끌어왔던 발행·편집인 김정현은 말했다. “휴간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눈앞의 경영난 때문만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김종철 이후’를 모색하는 게 본 목적이다. 돌아가신 분의 후광만으로 매체가 지속될 수는 없다.” 나는 표지 사진 래너드 맥머리의 〈기도하는 손〉처럼 믿고 싶다. 복간된 2023년 1-2월호 통권 182호의 새로운 모습을. 나는 『녹색평론』의 후원자로 휴간에도 후원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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