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대빈창 2022. 3. 25. 07:00

 

책이름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엮은이 : 정끝별

그린이 : 권신아

펴낸곳 : 민음사

 

뒤늦게 故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잡았다. 짧은 책 리뷰에서 “시집의 표지그림이 이렇게 야해도 되는 건가”라는 구절을 보며 15여 년 전에 발간된 책을 떠올렸다. 1908년 발표된 육당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이후 한국 현대시가 100주년을 맞았다. 2008년 애송시 100편 기념시집이 출간되었다.

100편의 시를 선정하기 위해 현역시인 100명에게 각자 10편씩 추천을 의뢰했다. 결과는 156명의 시인이 쓴 429편이 1회 이상 추천을 받았다. 2회 이상 추천을 받은 시인 89명과, 1회 추천 시인 가운데 11명을 추가해 100명의 시인을 확정했다. 설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는 김수영의 「풀」이었다. 시인별로 서정주가 62회 추천을 받아 수위였고, 김수영은 58회로 2위에 올랐다.

1권은 정끝별 시인·문학평론가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 해설을 붙였고,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의 그림이 더해졌다. 순한글 이름이 인상적인 시인의 시집과 평론집을 아직 잡지 못했다. 박두진의 「해」에서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까지 50편이 실린 1권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거쳐 젊은 시인 안현미의 「거짓말을 타전하다」까지 다양한 시들이 실렸다. 나에게 낯익은 시들은 대략 반수였다. 박완서 작가가 말한 야한(?) 표지그림에 딸린 詩는 김사인의 「봄바다」(128 - 129쪽) 였다.

 

구장집 마누라 / 방뎅이 커서 / 다라이만 했지 / 다라이만 했지 //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 헌 런닝구 앞이 / 묏등만 했지 / 묏등만 했지 //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 아득한 코골이 속으로 / 사라지고 싶었지 // 미끈덩 인물도 좋은 /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 서울 가 부잣집 과부하고 배 맞추고 싶었지

 

해설을 맡은 정끝별 시인은 말했다. “전통적인 애송시와 함께 최근에 발표된 시들이 골고루 포함돼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풍성함과 신선한 느낌을 함께 받을 것”이라고.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두 권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 안현미의 『곰곰』(걷는사람, 2018)과 송찬호의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민음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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