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걷기예찬
지은이 : 다비드 르 브르통
옮긴이 : 김화영
펴낸곳 : 현대문학
문학평론가 김화영(金華榮, 1941년 - )은 파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서점에 들렀다. 시간에 쫓겨 몇 권의 책을 손에 들었다. 그중 두 권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 알랭 레몽의 짧은 소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과 다비드 르 브르통(David Le Breton)의 산문집 『걷기 예찬』 이었다. 책의 초판은 2002년 1월로 출간된 지 벌써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책은 이 땅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내 손에 펼쳐진 책은 31쇄였다.
저자 다비드 드 브르통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몸’의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고, 많은 책을 저술했다. “폴 발레리가 말했듯이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그래서 걷기 예찬은 삶의 예찬이요 생명의 예찬인 동시에 깊은 인식의 예찬이다.”(264쪽) 옮긴이의 말 「걷는 즐거움에로의 초대」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책은 몸에 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생명 예찬이자 정신의 안식을 담은 에세이였다.
책은 5장章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의 제사題詞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미학』,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걷기』, 미셸 비외상주의 『스마라, 여행 노트』,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 라마 아나가리카 고빈다의 『흰 구름의 길』의 인용글이었다. 소로는 말했다.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나는 여러 주일, 여러 달, 아니 사실상 여러해 동안 상점이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틀어박혀 지내는 내 이웃 사람들의 참을성, 혹은 정신적 무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20쪽)
나는 2章의 '지평을 걷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며 목적지에 다다르는 탐험가들의 여정이 인상적이었다. 카베사 데 바카는 16세기 항해사였다. 그는 1527-1529년 플로리다 원정대의 일원이었다. 플로리다 해안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북아메리카 대륙을 도보로 횡단했다. 그는 9년 만에 고국 스페인에 돌아왔다. 원정대원 6백명에서 살아 돌아온 이는 그를 포함해 네 명 뿐이었다. 르네 카이예는 15 - 16세기의 중요한 종교적·지적 중심지였던 서아프리카의 도시 톰북투(Tombouctou)를 1828년 처음 발디딘 탐험가였다. 리차드 버튼과 존 스피크는 백나일강의 유일한 수원인 빅토리아 호수와 콩고강의 유일한 수원인 탕가니카 호수를 처음 밟았다. 비셸 비외상주는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신화적 도시 스마라(Smara)에 접근한 최초의 유럽인이었다.
『걷기 예찬』은 걷기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와 성찰을 담았다. 장 자크 루소, 니코스 카잔차키스, 『보물섬』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마쓰오 바쇼, 아르튀르 랭보, 알베르 카뮈, 키에르케고르, 프리드리히 니체, 미셸 트루니에,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마르셀 프루스트, 쥘 로맹, 『향수』의 파트리크 쥣스킨트 등 수십 권에 달하는 여행·명상 서적에서 발췌한 구절들이 조각보처럼 아름답게 수놓아졌다. 매력적인 40여 컷의 흑백사진은 독자를 더 깊은 사색으로 이끌었고, 책에 품위와 깊이를 더했다.
현대인은 자동차로 다리를 잃었고, 컴퓨터로 생각하는 힘마저 빼앗겼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그들은 한없는 무기력에 빠져들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9쪽) 책을 여는 첫 문장이었다. 걷기는 자신의 몸과 만나는 가장 자연스럽고 단순한 방법이다. 『걷기 예찬』은 걷기를 통해 몸의 세계를 회복하자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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