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예술의 주름들
지은이 : 나희덕
펴낸곳 : 마음산책
시인은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예술의 주름들』은 시력 32년째를 맞은 시인이 펴낸 예술 산문집이었다. |책머리에서| 시인은 말했다.
예술이란 얼마나 많은 주름을 거느리고 있는가.
우리 몸과 영혼에도 얼마나 많은 주름과 상처가 있는가.
주름과 주름, 상처와 상처가 서로를 알아보았고
파도처럼 일렁이며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였다.
시인은 2004년 조각가 김인경의 부탁을 받고 처음, 시인의 눈으로 본 짧은 예술 평론을 썼다. 그 후 자신이 끌리는 작품에 대한 글을 남겼고, 17년간의 기록이 모였다. 1장은 생태적 인식과 실천, 2장은 여성주의적 정체성 찾기, 3장은 예술가적 자의식, 4장은 장르와 문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 5장은 시와 다른 예술과의 만남으로 구성되었다.
‘영상으로 쓴 시’라는 평을 받는 프랑스의 누벨바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감독 안녜스 바르다(1928 - 2019년)에서 조형예술의 매개체로 시적 언어를 선택한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매리까지 각 챕터마다 6명의 예술가를 배치했다. 그림·영화·음악·사진·연극·노래 등 예술 전반에서 호명된 예술가들은 시대도 성별도 국가도 개성도 모두 달랐다.
『예술의 주름들』의 일관된 시선은 ‘시를 통한 예술 읽기’였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술의 주름이 필요했던 것일까. 글들은 시인의 문화적 코드를 찾아가는 나침반이었다. 시인은 말했다. “예술가가 장르를 가로지르는 순간이 마치 번역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에세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시의 언어로 옮긴 번역서랍니다.”
마지막은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과 전쟁의 참상을 판화 언어로 고발해 온 케테 콜비츠(1867 - 1945년)를 시인·저널리스트 뮤리얼 루카이저가 노래한 『케테 콜비츠』의 일부분(87쪽)이다.
한 여자가 본다 / 그 폭력을, 수그러들지 않는 / 알몸의 움직임을 / ‘아니오’라는 고백을 / 위대한 연약함의 고백을, 전쟁을, / 모두가 흘러 한 아들, 피터의 죽음으로, / 살아남은 아들에게로, 반복적으로 / 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로, 그들의 손자 / 또 다른 전쟁에서 죽은 또 다른 피터에게로, 폭풍처럼 번지는 불로 / 어둠과 빛, 두 개의 손처럼, / 이 극과 저 극이 마치 두 개의 문처럼, //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세계는 터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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