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대빈창 2022. 3. 30. 07:00

 

책이름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엮은이 : 문태준

그린이 : 잠산

펴낸곳 : 민음사

 

1908년 발표된 육당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이후 한국 현대시가 100주년을 맞았다. 2008년 애송시 100편 기념시집이 출간되었다. 100편의 시를 선정하기 위해 현역시인 100명에게 각자 10편씩 추천을 의뢰했다. 결과는 156명의 시인이 쓴 429편이 1회 이상 추천을 받았다. 2회 이상 추천을 받은 시인 89명과, 1회 추천 시인 가운데 11명을 추가해 100명의 시인을 확정했다. 설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는 김수영의 「풀」이었다. 시인별로 서정주가 62회 추천을 받아 수위였고, 김수영은 58회로 2위에 올랐다.

1권은 정끝별 시인·문학평론가가 해설을 썼고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의 그림이 더해졌다. 2권은 시인 문태준이 독자의 이해를 거드는 해설을 덧붙였고, 일러스트레이터 잠산의 그림이 詩의 배경이었다. 나는 그동안 시인 문태준의 시집을 세권 잡았다. 『수런거리는 뒤란』(창비, 2000), 『맨발』(창비, 2004),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 김수영의 「풀」에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까지 50편이 실린 2권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를 거쳐 젊은 시인 신용목의 「갈대 등본」까지 다양한 시들이 실렸다.

표지그림은 본문의 배경그림에 없었다. ‘청년화가 L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함형수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이 가장 낯설었다. 가난한 시인은 생전에 한 권의 시집도 펴내지 못하고, 불과 17편의 시를 남겼다. 해설을 맡은 문태준 시인은 말했다. “예전에는 시집이 서점에서 독자를 기다렸지만, 지금은 시를 소개할 다양한 무대와 장치를 고안해서 시가 독자를 찾아가야 한다.”라고. 마지막은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94-95쪽)의 전문이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 국밥이 한 그릇인데 /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 시집이 한 권 팔리면 /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 박리다 싶다가도 /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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