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미토콘드리아

대빈창 2022. 4. 13. 07:00

 

책이름 : 미토콘드리아

지은이 : 닉 레인

옮긴이 : 김정은

펴낸곳 : 뿌리와이파리

 

‘오파비니아’는 5억 년 전 생명체가 대폭발을 일으켰던 캄브리아기에 나타났었다. 눈 다섯에 머리 앞쪽으로 소화기처럼 기다린 노즐이 달린 외계생명체처럼 보였던 멸종 생물이었다. 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는 ‘우주와 지구와 인간의 진화사’를 다룬 시리즈를 펴내며 ‘오파비니아’를 불러냈다. 열린 사고와 상상력을 담아내고자 이름을 붙였다. 시리즈 1 『생명 최초의 30억년』부터 시리즈 20 『포유류의 번식- 암컷 관점』까지 발간되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시리즈 7로 영국 진화생물학자 닉 레인(Nick Lane)은 세포 복잡성의 형성, 생명의 기원, 성과 생식력, 죽음, 영원한 생명 등 생물학이 현재 처한 가장 중요한 난제들을 미토콘드리아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그동안 나의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지식은 형편 없었다. 학창시절 생물학 시험을 치르기 위해, 세포내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ATP를 생성하는 TCA 회로를 암기했다. 더 나아가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가 고작이었다. 17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던 ‘모든 인류의 어머니’로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되었다. 책을 덮고 알았다. 이는 세포 내 핵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속도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가 한쪽 부모만의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는 것을. 유성생식에서 미토콘드리아는 무작위로 뒤섞이는 핵 유전자와 한 벌의 짝을 이루기 위해 양성전략이 가장 안전했다. 왜 암·수컷 양성으로 분화했는지의 비밀의 열쇠를 미토콘드리아가 쥐고 있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생산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마다 평균 300 - 400개씩 들어있으며, 몸 전체에 그 수가 무려 1경 개에 이르렀다. 미토콘드리아는 아주 작아서 1억 개를 모아야 모래알 한 알 크기에 불과했다. 우리 몸속 미토콘드리아의 양은 대략 몸무게의 10%나 되었다. 미토콘드리아는 한때 독립생활을 했던 세균으로 더 큰 세포 안에 적응하게 된 것이 20억 년 전이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지금도 DNA를 비롯한 세균의 특징을 아직 지니고 있다. 핵을 지닌 진핵세포가 출현하면서 진화의 빅뱅이 시작되었고, 다세포가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진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등장은 선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진행되었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 공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구상 생물은 세균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세균들은 40억년동안 본래의 단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답은 세균의 엄청난 번식속도에 있었다. 세균의 분열속도는 DNA 복제 속도가 결정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즉 빨리 복제하려면 몸집을 줄여 에너지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동원해야 했다. 세균은 복제 속도에 방해가 되면 당장 필요 없는 유전자들을 버렸다. 진핵세포는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전정보를 늘리고 몸을 세균보다 최대 10만 배나 불렸다. 미토콘드리아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 세포들은 몸이 커질수록 대사율에서 유리해졌고, 필요 에너지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었다면 지구의 생물은 여전히 세균뿐일 것이다.

닉 레인은 말했다 “진핵세포의 진화는 우연한 사건이며 지구에서만 단 한차례 일어났던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그는 세포학·진화학·고인류학·생화학·생리학·발생학·미생물학·의학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토콘드리아를 통해서 지구생물역사를 바라보았다. 1990년대 중반 과학자들은 아토포시스를 결정하는 것은 핵 유전자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완전히 예측을 뒤엎는 결과였다. 아토포시스는 세포 자살을 가리켰다. 모든 세포는 몸 전체를 위해 자살을 했다. 아포토시스가 일어나야 할 상황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암의 근본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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