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열여덟 살 이덕무
지은이 : 이덕무
옮긴이 : 정민
펴낸곳 : 민음사
한문학을 대중화하는 작업에 정열을 쏟아 붇는 고전인문학자 정민(鄭珉, 1961 - )이 젊은 시절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인생관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덕무는 18세기 조선 문예부흥을 이끈 문장가로 북학파 실학자였다. 서얼로 태어난 그는 평생을 생활고에 시달렸다. 모친과 누이를 폐병으로 잃었고, 영양실조로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최악의 절박한 생애에서 그는 끝까지 자신을 성찰했다.
이덕무의 대표적인 아호는 청장관靑莊館이었다. 연암 박지원은 「형암행장」에서 말했다. “청장靑莊은 해오라기의 별명이다. 이 새는 강이나 호수에 사는데, 먹이를 뒤쫓지 않고 제 앞을 지나가는 물고기만 쪼아 먹는다. 그래서 신천옹信天翁이라고도 한다. 이덕무가 청장을 자신의 호로 삼은 것은 이 때문이다.”
『열여덟 살 이덕무』는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무인편戊寅篇』은 열여덟 살 때 쓴 자기다짐의 38편의 짧은 글모음이었다. 잃어버린 지 5년 만에 문서더미 속에서 글을 되찾은 이덕무는 정성껏 베껴 써서 자신의 문집 속에 넣었다. 2부 『세정석담歲精惜譚』은 이덕무가 스물세 살 때 쓴 글이다. 세월과 정신은 한 번 시들면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는 43편의 글이 실렸다.
3부 『적언찬適言讚』은 1775년 경 윤광심(尹光心, 1751-1817)의 『병세집』에 수록된 글로, 스물셋 되기 전에 쓴 글이었다. 인생을 쾌적하게 건너가기 위한 단계를 여덟 가지로 정리했다. 참됨을 심는다는 식진植眞, 운명을 살펴 나아갈 자리를 가리는 관명觀命, 어지러운 곳에서 벗어나도록 경계하라는 병효病殽, 비방을 멀리하는 둔훼遯毁, 정신의 기쁨을 추구하는 이령怡靈, 진부함을 덜어내는 누진耨陳, 벗과의 사귐은 신중하게 간유簡遊, 쾌적하고 쾌활한 삶을 꿈꾸는 희환戱寰.
4부 「매훈妹訓」은 열다섯이 되어가는 두 누이에게 스물한 살의 오빠가 쓴 훈계의 글이었다. 4언6구의 열여섯 편의 글에서 이덕무가 특히 강조한 것이 조화와 순리를 가리키는 화순和順 이었다. 고전인문학자는 말했다. “맑고 섬세한 이덕무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글을 번역하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마지막은 이순耳順의 내가 귀 담아 들어야 할 「말과 마음」이란 조목이다.
心靜者言靜, 心躁者言躁, 廳人之言靜言躁, 可知其心靜心躁也.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말도 조용조용하다.
마음이 조급한 자는 말조차 조급하다.
사람의 말이 조용조용한지 조급한지를 들어 보면,
그 마음이 고요한지 조급한지를 알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