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월요일은 슬프다
지은이 : 전남진
펴낸곳 : 문학동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문학동네포에지〉를 펴내는 기획의 말이다. 중견 시인들의 데뷔 시집을 복간하는 ‘문학동네포에지’ 세 번째 시리즈가 나왔다. 전남진의 『월요일은 슬프다』는 10권의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내 손에 잡힌 시집이었다.
표제에 이끌렸을 것이다.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나에게 시리즈 26번째 시집은 낯설었다. 시인은 1999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2002년 10월 『문학동네』에서 등단작 「나는 궁금하다」를 표제작으로 첫 시집을 펴냈다. 복간 시집은 2002년 봄과 2021년 6월에 쓴 |시인의 말|이 두 개였다. 개정판 시인의 말에서 “초판 후 발표한 몇 편을 보태어 이젠 떠나보낸다.”고 말했다. 19년 만에 표제를 『월요일은 슬프다』로 바꿔 출판된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시집은 1부 ‘내가 부를 노래’의 20편, 2부 ‘퇴근길은 서점을 지난다’의 20편, 3부 ‘꿈꾸는 쟁기’의 20편, 4부 ‘상처는 둥글게 아문다’의 19편 모두 79시편이 실렸다. 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과 볼품없는 사물을 노래한 1부와, 스산하고 쓸쓸한 풍경을 읊은 3부의 시가 오래 여운이 남았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내가 부를 노래」(15쪽)의 전문이다.
가난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눈동자와 / 유월의 묘지에 내리는 햇살과 / 평생 장터만 돌아다니다 / 아버지와 함께 늙어버린 리어카와 / 고아원 마당 귀퉁이 민들레와 / 어깨를 기댄 구멍 뚫린 운동화들과 / 가난한 동네 늙은 의사의 낡은 청진기와 / 그 청진기로 들었을 작고 볼품없는 사연들과 / 눈 내린 아침 / 걸어가야 할 길을 빗질해둔 새벽의 충고와 / 눈 위에 뿌려진 연탄재 앞에서 / 내가 부를 노래는 무엇인가 / 내 노래 한 소절이 / 그 가슴 말 못할 쓸쓸함 위로 /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을까 / 그 언 손들 잡아 / 차가운 한줌 들어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