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책임에 대하여
지은이 : 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옮긴이 : 한승동
펴낸곳 : 돌베개
2015. 12. 28. 박근혜 정권의 한일위안부 합의.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장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확정 판결. 2019. 7. 1. 일본 아베 정권의 반도체 소재 한국수출 제제선언 등. 한국과 일본의 정치·사회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책임에 대하여』는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徐京植, 1951 - )과 일본 진보적 지식인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1956 - )의 대담을 담은 책이었다. 그들은 과거 일본이 저지른 식민주의와 군국주의 폭력을 직시하며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우려했다. 위안부 문제, 오키나와 미군기지, 후쿠시마 원전폭발, 천황제 모순 등 현대 일본의 퇴행적 위기를 파헤쳤다.
아베 신조 정권의 극우적 뿌리는 샌프란시스코 체제였다. 한국 전쟁 중이던 1951. 9. 조인되어 1952. 4. 발효된 아시아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 종결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함께 미일안전보장조약(미군의 일본 영구 주둔 보장)이 체결되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아시아 태평양 질서를 가리켰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전쟁당사국이자 최대 피해자인 한국(한반도)과 중국은 배제당했고, 연합국의 핵심멤버 소련도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의 전쟁 범죄자 재기용, 일본의 재무장, 일본 경제의 재건 등 동아시아의 냉전적 대결 체제를 본격화했다. 이것이 70여 년 간 동아시아의 정세 흐름을 주도했다.
대담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도금(鍍金)’ ‘본성(地金)’ 이었다. 본성은 메이지부터 패전까지의 기간에 형성된 일본 국가의 체질, 이데올로기를 가리켰다. 그것을 내면화한 것이 일본 국민의 의식이었다. 일본의 1945년 패전 이후의 전후민주주의와 평화주의는 일본의 본성을 가린 도금에 불과했다. 지난 70여년의 시간 동안 일본은 민주주의를 안착시키지 못한 도금의 시간이었다. 일본의 본성이 1990년 후반이후 우경화와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표출되고 있었다.
아베 신조와 그 뒤를 잇는 자민당 극우 정권은 전후 일본에서 가장 오른쪽으로 치우친 매파(강경파)로 근대 일본 제국주의(해외 침략과 식민 지배) 역사를 정당화했다. 그들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천황을 내세워 제국헌법으로 돌아가려 획책하고 있다. ‘전쟁 가능한 나라’를 도모하는 일본 우익은 동아시아에 검은 구름을 드리웠다. 서경식은 말했다. “나는 이 책에서 일본 국민 다수에 내재한 ‘식민주의적 심성’과 싸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다가올 시대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며 다음의 전쟁일 것이다. 그 위기를 앞에 두고 우리에게는 각별한 각성이 필요하다. 평화를 지향하는 시민들의 연대를 넓히는 것이 이를 헤쳐 나가는 일이다.”
마지막은 오키나와에 속한 이시가키지마 섬의 시인 야에 요이치로의 「일독日毒」의 한 대목이다. ‘일독’은 메이지 초기 이시가키지마의 서기관이었던 시인의 고조부가 남긴 서간 속의 말이었다. 증조부가 관헌의 구금과 고문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문갑 속에 혈서로 적은 말이었다.
대동아 전쟁 태평양전쟁 / 300만의 일본인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 2,000만 아시아인을 괴롭히다 죽이고는 그것을 / 모두 잊었다는 / 의지 의식적 기억 상실 / 그 교활함 야비함 그 거무칙칙한 / 광기의 공포 그리고 나는 / 확인한다 / 실로 이것이야말로 지금 일본의 암흑을 통째로 표상하는 한마디 / ‘일독’日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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