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중국 청동기의 신비

대빈창 2007. 4. 23. 03:35

 

책이름 : 중국 청동기의 신비

지은이 : 리쉐친

옮긴이 : 심재훈

펴낸곳 : 학고재

 

나는 그런대로 책을 고를 줄 안다고 생각한다. 몇년전부터 인터넷 서적 yes24에서 책을 구입했다. 인터넷 서적은 몇  가지 장점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우선 시중서적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갖가지 할인혜택과 공인인증을 통한 신용카드 결재가 가능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대형서적이 없는 시골이나 낙도·오지에서도 며칠 내로 사무실 책상에 택배로 책이 배달된다는 편리함일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책과의 첫 조우에서 새책만이 풍기는 아련한 나무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다. 또한 닉네임이 '활자중독자'인 나같은 독서광도 대략 10권 중에 1권 쯤은 뜻하지 않은 내용으로 실망하게 된다. 그 실망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는 인터넷 서적에 접속하면 좋아하는 작가명부터 검색창에 입력한다. 대략 20여명 정도다. 다음은 내가 신뢰하는 출판사를 입력하고 발매일순으로 책 이미지를 검색한다. 내가 가장 믿는 출판사는 '학고재'다. 몇 년 전 학고재 신서 1으로 출간된 고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을 접하고 부터였다. 지금까지 학고재가 낸 단행본은 거의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은 2년 전에 구입했다. 하지만 중국 고대사에 과문한 나로서는 선뜻 책잡기가 수월치 않았다. 하루 이틀 미루다가 이제야 책씻이를 하게 됐다. 만만치 않는 책의 깊이와 무게로 인해 짧은 글이겠지만, 본격적인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우회하고 있다.

'중국 청동기의 신비'는 중국 금문 연구의 대가인 중국 칭화대학 국제한학연구소 소장인 리쉐친의 '중국 청동기 개설'을 심재훈 교수가 옮겼는데 중국 청동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한 개설서다. 본문의 맨 뒷장에 실린 '중국의 주요 청동기 유적지'가 말해주듯 중국 각지(77곳)의 방대한 유적지에서 발굴된 청동기 기물을 바탕으로 제1장 중국 청동기의 기원을 시작으로 서한시대의 청동기까지 284컷의 도판과 일러스트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면서 제12장 끊임없는 새로운 발견으로 끝을 맺는다. 중국의 청동기 문명은 기원전 2000년경 하(夏)나라에서 맹아를 보이고 상(商), 서주(西周),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기원전 221년까지 잡고 있다. 하지만 철기시대에도 청동기 유물은 계속 생산되어, 이 책은 서한(西漢) 서기 8년까지의 유물을 다루고 있다. 청동기는 제사에 쓰이는 예기부터 통치자의 권위적 상징물까지, 중국 고대 문명을 이해하는 열쇠다. 또한 서주시대의 청동기 금문(金文)이 장문의 형식을 띠면서 당대 역사연구의 시금석이 된다. 춘추시대부터는 시각적 미에 충실하면서 예술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다양한 모습의 중국 고대 청동기는 그 방대한 유물만큼이나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구미 등 여러나라 학자들이 시기별 또는 기물별로 평생을 바쳐 연구에 몰입할 정도다.

중국 청동기 시대는 시기별로 하(夏)나라 - 기원전 약 2세기에서 서한(西漢)-서기 8년 까지로 좁은 시야로는 도저히 장구한 시간을 가늠해 볼 수 없으며, 기물별로 금문이 장식된 것만 손꼽아도 '은주금문집성'에 12,313점과 '근출은주금문집록'에 1,354점의 탁본이 실려있을 만큰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그러기에 아둔한 나로서는 마지막 책장을 덮고, 편린처럼 기억의 한 모서리를 비집고 들어온 짧은 지식 두 가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짖는다. 먼저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한 진나라는 일반인의 인장은 그동안 '새(璽)라고 불러 온 호칭대신 '인(印)'이라고 부르게 했다. 이후 '새(璽)'는 제국의 인장만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청동거울이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이 문화교류사를 '실크로드(絲綢之路)'에 비교하여 '청동거울의 길(銅鏡之路)'이라고 한다.

270여 쪽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내용의 무게는 일반 독자들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이 책을 근 일주일간 잡으면서, 내내 나는 74434라는 수자를 떠울렸다. 한 공중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으로 힘없는 고국으로 인해 약탈, 도난, 불법적 해외유출 이라는 고난의 운명을 짊어진 채 낯선 타국 하늘아래에서 귀국을 손꼽아 기다리는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숫자였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롯  (0) 2007.05.22
명묵의 건축  (0) 2007.05.16
클림트, 황금빛 유혹  (0) 2007.05.06
함민복 시집 두 권  (0) 2007.04.30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  (0) 2007.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