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클림트, 황금빛 유혹
지은이 : 신성림
펴낸곳 : 다빈치
들어가면서 맛보기 문제 하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복제된 그림은 어떤 작품일까? 얼핏 생각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도 다빈치다. 분명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이다. 다빈치는 서양미술 전문 출판사다. 답은 위 책 이미지를 복사한 그림이다. 화가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 ~ 1918년), 그림 제목은 '키스'다. '사람들은 회화로든 글로 든 내 자화상을 볼 수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그다지 유감스러운 일은 아니다.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싶다면 - 물론 화가로서의 나 말이다 - 내 그림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서 그 속에서 내가 누구인 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찾으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건방지기 짝이 없는 소리 같지만, 클림트의 화가로서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는 한마디다. 클림트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이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전하나 없다. 클림트가 자신에 대해 말이나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고맙게도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도판 169컷(컬러 148컷, 흑백 21컷) - 클림트의 대표작 대부분을 실었다.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은 지은이의 노력으로 일반 독자들도 어렵지않게 클림트의 그림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클림트 평전이 아닌, 클림트 그림에 대한 안내서가 된다.
클림트의 '키스(1907 ~ 1908년)'는 황금양식 시기의 대표작이면서 마지막 작품이다. 클림트는 왜 그림에 황금색을 즐겨 사용했을까? 어렸을 적부터 금 세공사인 아버지의 작업을 어깨너머로 지켜 본 성장기가 큰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프리차 리들러의 초상(1906년)'은 클림트의 화가로서의 자의식이 뚜렷한 그림이다. 그림의 여인은 머리뒤에 반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후광처럼 덮여있다. 그것은 벨라스케스의 '마리아 테레자의 어린 시절(1652 ~ 53년)'의 머리 스타일과 닮았다. 클림트는 세상에는 단 두명의 화가가 있는데, 벨라스케스와 자신이라고 단언했다. 어떤가. 화가로서의 오만한 클림트는? 요즘말로 하면 대단한 꼴통(?)이었다. 이 정도라야 권위에 찌든 보수적인 아카데미에 맞짱을 뜰 수 있지 않겠는가. 클림트의 그림을 이해하려면 '아르누보' 개념에 기대는 것이 첩경이다. '아르누보'는 19C 말에서 20C 초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장식 양식을 호칭한다. 독일에서는 유겐트 양식이라고도 한다. 종래의 건축·공예는 그 전형을 그리스, 로마 또는 고딕에서 구하는데, 아르누보는 이들 역사적인 양식을 부정하고, 자연형태에서 모티프를 빌려 새로운 표현을 시도했다. 클림트의 그림에는 덩굴풀이나 화염무늬가 장식적인 요소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쉽게 말해서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가우디 건축은 곡선의 집합체인 것이다. 클림트는 여성 육체의 곡선미에 매료되어 '여인의 화가'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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