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절기는 입춘立春을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로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입니다. 이날 아침은 ‘입춘을 맞아 큰 복이 있을 것이다’라는 입춘대길立春大吉과 ‘양의 기운이 일어나서 경사스러운 일이 많을 것이다’라는 건양다경建陽多慶을 대문이나 기둥에 붙였습니다.
멧비둘기는 이 땅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몸길이는 33㎝ 정도입니다. 온 몸은 잿빛과 포도주색으로 뒤덮였고, 목의 양옆 잿빛 깃털에 가로띠 모양의 얼룩점이 몇 가닥 있습니다. 깃털마다 가장자리가 녹이 슨 것 같은 무늬가 새겨졌습니다. 비둘기의 귀소성歸巢性을 이용한 통신용으로 문서 비둘기가 옛날부터 폭넓게 이용되었습니다.
열년 열두 달 쉬임 없는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산책은 오늘도 여지없습니다. 밭가를 두른 고라니 방책용 폐그물에서 푸드득 ~ ~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소리의 크기로 작은 새가 아니었습니다. 「참새의 지옥」에서 말했습니다. 직박구리, 곤줄박이, 콩새, 멧새, 박새, 노랑턱멧새, 멧비둘기, 까마귀, 까치, 휘파람새, 물총새, 종달새 등 외딴섬의 수많은 새 중에서 유독 참새만이 폐그물에 갇혔습니다.
아! 멧비둘기가 밭가에 두른 울타리에 갇혀 옴짝달짝 못하고 있었습니다. 산책을 재촉하던 나의 발걸음에 놀라 녀석은 더욱 버둥거렸습니다.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깃털이 한움큼이나 빠졌습니다. 그물코가 양 날개죽지를 파고들어 멧비둘기는 날개를 꺽는 고문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이 안쓰러워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손을 뻗었습니다.
급경사 밭의 폐그물과 마른 관목가지가 뒤엉켜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녀석은 제풀에 지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경사로를 조심스럽게 내려가 장갑 낀 손으로 녀석의 몸을 칭칭 감은 그물코를 하나하나 벗겨내었습니다. 녀석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받쳐 허공에 날려주었습니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멧비둘기가 급한 날개짓으로 봉구산정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농부는 밭에 콩알을 넣을 때 세 개를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한 알은 하늘의 새의 몫이고, 한 알은 땅 속의 벌레 차지였고, 나머지 한 알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에게 새는 멧비둘기였습니다. 텃밭에 어머니가 서리태를 묻으면 귀신같이 가장 먼저 알고 부리로 쪼는 새가 멧비둘기였습니다. 녀석이 건강한 몸으로 우리 텃밭에 다시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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