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도 선착장 낡은 함석집 한 채 / 바다오리 떼 살얼음 바다에 / 물질을 하는데 //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
밤바다에 성근 눈발이 내리고 / 굴뽕 쪼는 소리 // 허옇게 물살 이는 소리 / 밤바다에 눈은 내리고
이세기의 「소야도 첫눈」의 부분이다. 위 이미지는 대빈창 해변의 바위벼랑에서 바라본 무인도 분지도였다. 물때는 네 물이었다. 밤의 밀물이 들면서 백사장에 살얼음이 주름주름 쌓였을 것이다. 새벽 온도가 떨어지고, 살얼음은 허옇게 성에로 얼어붙었다. 섬사람들은 죽쎄기라고 불렀다. 제방아래 밤물이 닿은 백사장의 상한선 죽쎄기의 바다물결 주름이 선명했다.
황도(黃道, ecliptic)는 1년 동안 태양이 하늘을 이동하는 경로를 가리켰다. 여름 해돋이는 동녘하늘 석모도 해명산에서 떠올랐다. 겨울 일출은 남녘하늘 인천 바다의 섬들 위로 솟았다. 늦은 겨울 해가 봉구산 넘기를 힘겨워하고 있었다. 하늘과 물 빠진 갯벌이 온통 푸르렀다. 수평선 하늘의 흰 기운이 점차 상공으로 번져갔다. 화가의 거친 붓 자국처럼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두어 번 그어졌다. 비행운이 점차 흐릿해졌다. 위 이미지를 보며 나는 '창백한 푸른 점'을 떠올렸다. 1990년도 칼 세이건이 시도한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지구를 잡은 사진이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푸른 한 점에 불과했다.
분지도 갯벌의 작은 여가 허옇게 얼어붙었다. 여 주변 갯벌은 농어미끼 쏙을 잡는 터였다. 도화 꽃이 피는 따뜻한 계절이 돌아오면 쏙을 잡는 늙은 어부 부부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여명이 터오기 전 물 빠진 갯벌을 탑돌이 하듯 원을 그리며 자근자근 밟았다. 갯벌은 스펀지처럼 물을 뱉어냈고, 갯물에 숨이 찬 쏙이 머리를 내밀었다. 늙은 부부는 쏙을 손가락으로 집어 함박에 넣으며 환환 웃음을 지었다. 여는 바닷새들의 쉼터였다. 갈매기, 가마우지, 해오라기, 청둥오리와 대빈창 해변의 진객 검은머리물떼새, 도요새까지. 입춘이 지나고 노루꼬리만큼 해가 길어졌다. 갯벌 깊숙이 몸을 숨겼던 상합, 바지락, 가무락, 동죽이 봄꿈을 꾸며 기지개를 켜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