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뒷집 새끼 고양이 - 30

대빈창 2022. 3. 7. 07:00

 

모녀가 우리집에 동행했다. 노순이는 새끼 노랑이를 가르치고 있었다. 녀석은 어머니가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을 던져주자, 끈질기게 나타나 아양을 떨었다. 어머니가 보행보조기를 끌고 언덕 위 장대한 소나무에 다다르면 노순이는 어느새 쫒아와 땅바닥을 뒹굴었다. 흙투성이 몸을 어머니 발잔등에 비벼댔다. 끈질긴 녀석의 아양에 어머니가 두 손 들었다. 김치찌개에 숨은 돼지고기 한 점을 던져주었다.

들어오지마! 큰소리치면 노순이는 현관문 앞에서 얌전히 기다렸었다. 이제 녀석은 막무가내로 현관에 들어와 마루문 앞 댓돌에 깔아놓은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다. 새끼 노랑이는 부엌 쪽문 앞에서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앙알거렸다. 뒷집 모녀 고양이가 식탐에 걸걸 대었다. 어머니가 만두 속을 발라내어 던져 주었다. 위 이미지는 먹을거리를 눈 깜짝할 새에 해 치운 모녀가 땅바닥에 흘린 것은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다.

따뜻한 내 방에서 노랑이가 길게 누워 잠을 잤다. 한시간이나 늘어지게 자던 녀석이 어미를 찾느라 앙알거렸다. 노랑이가 컴퓨터 책상과 벽에 붙인 책장 사이 구석의 비닐 장판을 발톱으로 긁었다. 뒤를 보겠다는 예비신호였다. 노랑이는 천연덕스럽게 내 방에 매번 똥오줌을 누웠다. 물티슈로 녀석의 변을 치우는 짓도 이골이 났다.

 

“노랑이가 커다랗게 자라면 매일 우리 집에 놀러 올 거야."

 

뒷집 고양이들이 우리집에 안방 드나들듯 하면서 들끓던 쥐가 잠잠해졌다. 어느 추운 겨울새벽 갑자기 보일러 가동이 중단되었다. 밤새 추위에 떨며 봉당과 보일러실을 들락거렸다. 날이 밝아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쥐가 보일러실 구석의 전선을 쏠아 전기가 끊어졌다. 이른 봄 텃밭 거름용 유기농 퇴비를 쥐가 쏠아 포대마다 뚫린 구멍으로 알갱이 퇴비가 쏟아졌다. 묵은 창고바닥을 쥐가 들쑤시고 다녀 흙이 수북하게 쌓였다. 뒤울안 평상아래 쥐똥이 여기저기 지저분했다.

뒷집 고양이 재순이, 노순이, 검돌이, 이제 노랑이까지.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어슬렁거리는 길거리 고양이들까지. 우리집은 고양이들의 휴게소였다. 쥐들은 공포에 질려 줄행랑을 놓았다. 이제 눈을 씻고 봐도 쥐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어머니는 새끼 고양이 노랑이가 자라서 우리집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뒷집 형이 본격적인 영농이 시작되기 전에 다리 수술로 병원에 입원했다. 형수는 열흘 간 집을 비우면서 고양이 모녀의 안부를 어머니께 부탁했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형수는 고양이 사료를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양이 모녀 노순이와 노랑이는 영리했다. 뒷집은 본채 뒤에 부속건물을 덧붙였다. 보일러를 앉힌 창고와 봉당 그리고 부엌 세 칸이 각각 미닫이로 연결 되었다. 봉당에 가마솥과 양은솥을 걸었는데 노순이는 뒤를 아궁이 속 흙바닥에 보았다. 녀석의 잔등은 그을음으로 항상 시커멓다. 시멘트 바닥에 변을 보면 주인이 번거롭다는 것을 녀석은 알고 있었다. 노순이가 노랑이에게 교육을 시켰다. 이제 새끼 노랑이도 뒤를 보려고 아궁이속을 들락거렸다. 그 어미에 그 새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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