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이미지는 노랑이가 뒷집 마늘밭 고랑에 앉아 숨을 골랐다. 노순이 모녀는 요즘 그들만의 아지트였던 광에서 밖으로 쫓겨났다. 그동안 날이 추워 방에 들였던 병아리들을 광에 설치한 유아원(?)으로 옮겼다. 길이가 2m, 폭은 1m, 높이가 1m 크기였다. 아직 새벽 기온은 낮았다. 투명비닐을 덮었고, 백열등을 켜 놓았다. 50여 마리의 병아리들은 인기척이 나면 옹송그리며 서로 몸을 부볐다.
고양이 모녀는 마당 모서리 텃밭의 경사면에 이어붙인 농기계창고에서 지냈다. 노순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집에 발걸음을 했다. 노랑이는 무엇을 하는 지 통 볼 수가 없었다. 날이 많이 풀려 한데서 자도 녀석들은 별 탈 없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뒷집 형네 부부가 집으로 들어서는 언덕 길가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노랑이가 형수 발치에서 알랑거렸다. 녀석은 어미처럼 형수가 밭일을 하면 그만하라고 앞에서 훼방을 놓았다. 모전여전이었다. 나는 반가움에 녀석을 품 안에 안았다.
노랑이가 마구 발버둥을 쳤다. 몸을 마구 뒤트는 녀석을 햇살이 따뜻한 뒷집 뒤울안에 내려놓았다. 갑자기 놈이 표범의 속도로 내달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늘밭 고랑을 따라 왕복달리기를 마친 녀석이 주저앉아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때, 나 엄청 빠르지”
노랑이가 나에게 무언의 시위를 한 것이다. 자존심 상한단 말이야. 나도 다 컷으니까 제발 안아주지 말란 말이야. 어느덧 새끼 노랑이가 어미 고양이로 자랐다. 노랑이는 어릴 적 품에 안아주면 얌전히 고개를 빼고 세상을 둘러보았다. 녀석은 한 달 전 강화도 읍내 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형수의 노랑이 사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끼 노랑이가 어미 노순이에게 다가가 앞발을 들어올렸다. 예의 모녀간 스킨십이었다. 녀석들은 만나기만 하면 몸을 부벼댔다. 그때 노순이의 눈빛에 찬바람이 일었다. 녀석이 새끼의 얼굴을 앞발로 때렸다. 노랑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노순이의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여덟 번째 임신을 했다. 어미는 이번에도 한 마리를 낳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