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지 2년6개월이 지났다. 가공할 바이러스의 침공에 인류는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추가접종을 맞았지만 변이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감염되는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현대 산업문명이 저지른 자승자박이라 하지만 사람은 먹고 살아야 했다. 다행히 나의 삶터는 서해의 작은 외딴섬이었다. 코로나 정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대였다. 봄이 무르익으며 외지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초기방역에서 선전했던 K-방역도 무너졌다. 정부당국은 코로나-19를 감염병 2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땅 사람들 1/3이 확진자 대열에 들어섰다.
위 이미지는 삼보5호 예비선이 살꾸지항에 접안했다. 화도 선수항과 주문도를 오가는 도선은 2개 항로였다. 볼음도와 아차도를 거쳐 주문도 느리항에 정박하는 삼보12호는 하루 3항차를 운행했다. 화도 선수항에 정박하며 주문도 살꾸지항을 직항하는 삼보6호도 하루 세 번 오갔다. 해운사는 매년 봄철이면 정기검사를 받았다. 날이 풀리면서 섬을 찾는 외지인들을 맞는 준비 기간이었다. 정기검사는 열흘에서 보름정도 걸렸다. 4월 중순 삼보12호가 먼저 정검을 받았고, 이어 삼보6호가 정기검사에 들어갔다.
삼보5호는 말하자면 후보 선수였다. 도선이 외포항에 정박하던 시절, 삼보5호는 화물선이었다. 톤수가 일반 객선의 절반 정도였다. 승선객이 쉬는 객실을 리모델링했으나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알록달록한 색칠은 몹시 낯설었다. 섬사람들을 단조로운 흰색이 눈에 익었다. 삼보5호는 남도 바다에서 다시 강화도 바다로 불려 올라왔다. 먼저 이름이었을 것이다. '신안 아일랜드'에 두텁게 페인트를 덧칠했다. 강화도 바다에서 화물을 싣고 오가던 배는 신안 먼 바다의 섬들을 오가다 다시 고향에 돌아와 사람들을 싣는 예비선이 되었다.
이제 코로나 - 19는 엔데믹(풍토병) 취급을 받고 독감 수준으로 관리될 것이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된다고 한다. 섬을 찾는 외지인들은 기온이 올라가며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해운사는 본격적으로 섬을 찾는 사람들을 맞을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2년6개월동안 바깥 나들이를 못했던 사람들이 보복전쟁을 치르듯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아직 확신할 수가 없다. 나의 삶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3주마다 강화도에 나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할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밥을 먹고 바로 나서는 대빈창 해변 산책도 여전할 것이다. 그렇게 나의 세월은 느리게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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