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소만小滿의 대빈창 다랑구지입니다. 소만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로 입하와 망종 사이에 듭니다. 햇빛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입니다. 봄 가뭄이 길어져 애를 태웠지만 풍부한 지하수를 퍼내 논배미마다 물을 얹었습니다. 앞으로 사나흘이면 대빈창 들녘의 모내기도 마치겠지요.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면 섬마을의 허공은 개구리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말그대로 악머구리 끓듯 합니다.
올해 봄 날씨는 일교차가 크지 않아 모가 충실해서 모내기가 별 탈 없습니다. 예년보다 모내기가 5일 정도 앞서나갔습니다. 조각보처럼 기운 다랑구지가 점차 푸르게 변해가며 농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기계화된 벼농사는 모내기를 끝내고 천재지변을 피하면 벼베기까지 크게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기계 영농은 제초제와 비료거름도 이앙기에 부착된 부속기로 모내기를 하며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농부들의 모내기 준비는 두 달 전부터 시작됩니다.
먼저 볍씨에 붙은 까락을 탈망기로 제거합니다. 소금물가리기로 충실한 종자를 가려 맑은 물로 씻습니다. 망사자루에 1/2정도 담아 소독약을 탄 물온도 30℃에서 이틀 동안 담급니다. 가장 알맞은 볍씨 최아(농부들은 아귀라고 한다)는 1-2㎜입니다. 모판에 볍씨를 파종하고 발아실(온도 30℃의 빛을 차단한 암실)에서 3-4일 정도 싹을 키우면 엄지손톤만해집니다. 못자리에 모판을 줄지어 늘어놓고 부직포를 덮습니다. 본엽이 3매로 자라면 부직포를 벗기고, 볍씨를 앉힌 뒤 25일쯤 경과하면 날을 잡아 모내기를 합니다.
자연부락 느리, 대빈창, 꽃동네의 논 필지는 13만평입니다. 개간지 대빈창 들녘과 주문도저수지 아래 배너미, 봉구산 계곡 연못골, 대빈창 마을 뒤편 바닷가의 논들까지 합친 모두입니다. 요즘 대빈창 들녘은 모내기하는 전 장면을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벌 쓸린 논에 먼 논에서 퍼 올린 지하수를 양수기와 호스로 끌어옵니다. 물을 실어놓은 논을 트랙터에 매단 써레로 평탄작업를 합니다. 겨우내 흙속에 묻혔던 미꾸리가 흙탕물에 고개를 내밀면 새들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중대백로, 황로, 저어새, 왜가리, 거기다 까치와 까마귀까지. 못자리에서 떼어낸 모판을 트랙터로 본답에 옮깁니다. 논배미를 왕복하며 이앙기가 모를 꽂습니다.
모내기를 끝낸 논배미의 논두렁마다 허수아비나 검은 비닐의 깃발을 세웠습니다. 부직포를 벗긴 못자리의 모를 그물망으로 덮씌웠습니다. 흰뺨검둥오리의 못된 해꼬지를 막는 방편입니다. 녀석들은 모내기를 마친 논에 내려앉으며 공항 활주로처럼 미끄럼을 탑니다.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모가 물에 떠다녀 농부들은 애가 탑니다. 녀석들은 부직포를 벗긴 모판을 부리로 헤집고, 뿌리에 붙은 벼알을 떼어먹었습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오기까지 아흔아홉번 손이 간다는 농사도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수확까지 밑거름, 가지거름, 이삭거름, 알거름까지 네 번 주었던 거름비료도 모내기 하면서 한 번에 끝냅니다. 완효성 거름을 이앙기에 부착된 측조시비기로 시용합니다. 이삭이 베는 시기 벼잎색이 누렇게 떴을 때 어쩔 수 없이 이삭거름을 주는것이 요즘 농사법입니다. 논을 쓸리면서, 모내기를 하고 두 번에 나눠 뿌렸던 초기・중기 제초제를 이앙기에 부착한 제초제살포기로 모내기를 하면서 끝냅니다. 모내기를 마치면 벼농사의 전 과정에서 70-80% 일을 마친 셈입니다. 시작이 반이 아니라 3/4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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